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으로 향한다. 22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21일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변함없는 한미동맹을 챙길 예정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길에는 4대 그룹을 중심으로 한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40조원에 달하는 투자 선물 보따리를 챙길 것으로 알려진 경제사절단은 견고한 경제동맹으로 문 대통령을 외곽 지원할 전망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 순방단에는 삼성전자·SK그룹·LG그룹 등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포함됐다. 미국에 투자했거나 추가 투자를 할 계획이 있는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 대신 김기남 부회장의 방미가 예상된다. LG는 구광모 회장 대신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사실상 이번 경제사절단의 대표격으로 미국에 간다.

한미 양국이 반도체 및 자동차용 배터리 투자와 코로나19 백신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련 분야에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규모는 약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분야를 중점적으로 챙기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오는 20일 반도체 칩 부족 문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 회의에 또 다시 삼성전자를 초대하는 등 투자 압박을 가하는 데 여념없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번 방미길에 투자 계획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후보지로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IT 기업의 메카로 부상한 애리조나, 뉴욕 등이 언급된다.

올해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차는 이미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13일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및 설비확충에 총 74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분야 외에도 수소 인프라 구축, 도심항공교통(UAM) 연구개발,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분야가 투자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의 글로벌 사업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투자 계획을 공개한 만큼, 경제사절단에는 정의선 회장 등 현대차 CEO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의 투자도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네럴모터스(GM)과 2조7000억원 규모의 제2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금은 1조원 정도다. 이와 별도로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독자적인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조지아주에 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1,2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또 다시 3조원 규모의 3,4공장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공장 4개 건설에 총 6조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번 미국 방문 기간 동안 조지아 공장을 둘러볼 계획이어서 공식 추가 투자 관련 발표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삼성SDI는 미국 내 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한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미국 내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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