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동대문구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 백신 접종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백신 휴가’를 보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코로나의 안전한 극복을 위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직이나 중소기업 직장인 사이에선 백신 휴가가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계의 백신 휴가 도입 움직임은 지난달 1일 정부의 권고로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의사 소견서 없이 최대 이틀 간 병가나 유급 휴가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받게 될 일반 직장인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부가 백신 휴가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백신 접종 이후 두통과 발열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0시 기준 백신접종 이상 신고 건수는 2만2199건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총 94만345명으로 이중 약 1.8%가 이상 증세를 호소한 셈이다.

백신 접종 이상은 백신의 불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특히 휴식 부족으로 몸에 이상 반응이 생기는 경우가 늘어나면 접종률 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병가 등의 제도를 통해 충분한 백신 효과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백신 휴가를 속속 약속했다. 삼성전자·롯데그룹·CJ그룹은 최대 3일의 백신 휴가를 주기로 했다. LG그룹은 이상 반응 여부와 관계없이 이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접종 다음 날 하루 동안 쉬도록 했다. 이외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포스코그룹, 카카오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상당수는 정부 권고에 따라 백신 휴가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대체 근무 투입에 애로를 겪는 전문직이나 영세 기업들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휴가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에 백신 휴가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40)는 “대체 교사 인력풀을 구성하기 어려운 직종”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39)는 “권고 사항인 백신 휴가는 사업주의 재량에 맡긴다는 얘기 아니냐”면서 “코로나 시국에 연차 쓰는 것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른바 ‘코로나 양극화’를 토로했다.

결국 백신 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권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백신 휴가 도입 내용을 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에 머무르고 있다. 이달 중으로 상임위에 본회의까지 통과해도 시행은 공포 후 3개월 뒤 절차에 따라 오는 8월에나 백신 휴가 제도화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여야는 5월 본회의 일정 자체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백신 휴가 제도화 적용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김부겸 국무총리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백신 휴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권 논의가 빨라질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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