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 회장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달 출범한 LX그룹은 자산 규모 7조6000억 원 수준으로 재계 순위 52위에 위치해 있다. LG그룹에서 분할된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부터 상당한 규모로 출발하는 셈이다.

하지만 ‘승부사’ 구본준 회장은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룹 내적으로 아들 구형모씨를 경영에 참여시키며 미래 성장의 중심 동력으로 키우기 시작했고, 외적으로는 유일한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웍스를 핵심 계열사로 키우는 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1일 LX에 따르면 구 회장의 장남 구형모씨는 지난주부터 지주사 LX홀딩스의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구 상무는 최근까지 LG전자 일본법인에서 책임급(부장) 간부로 일하다가 LX홀딩스에 승진 입사했다.

이는 고(故) 구인회 창업주 때부터 그룹 경영권을 장자에게 승계하는 LG 문화를 구 회장이 LX에서 지켜가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구 상무가 사실상 LX 후계자로 결정돼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구 상무는 LX의 미래사업 발굴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LG에서도 신사업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설립돼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던 ‘지흥’이 구 상무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지흥에서 전자제품 제조를 주력하면서 자동차 센서사업으로 영역 확대를 시도하는 등 신사업 아이템 발굴에 관심이 많다.

LX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 상무의 역할은 그룹 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시점에서 LX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가 LG상사라면 실리콘웍스는 차후 ‘큰형’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1조1500여억원으로 11조3000여억원을 달성한 LG상사보다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회사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반도체 분야는 세계적으로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업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실리콘웍스는 올해 1분기 매출 405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의 3분의1까지 도달하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향후 LX 먹거리를 책임질 큰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본준 전략통’으로 알려진 노진서 전 LG전자 부사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점은 실리콘웍스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반증으로 보인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가 LX 계열사 중 유일한 사장이라는 점도 구 회장의 반도체 사업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구 회장 스스로가 반도체 분야에 풍부한 경험, 뛰어난 전문성,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LG가 IMF 당시 정부의 빅딜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길 당시 거부했던 LG반도체 사장이 바로 구 회장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은 “구 회장이 LG 부회장을 맡은 이후 사실상 경영을 마무리했었는데 LX를 이끌어 가기엔 나이가 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사실상 후계자 자리에 올라선 아들 구 상무와 함께 그룹을 이끌어 가게 됐다”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실리콘웍스는 LG반도체가 SK하이닉스로 넘어가던 시절 이동을 거부했던 직원들이 만든 회사”라면서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외에도 사업 영역 확대와 수익 창출에 구 상무의 역할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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