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재용 사면론’이 뜨거운 감자다.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사면이 공정과 법치를 흔든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반작용으로 커지는 등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이 모습을 나타낼 때마다 찬반 양측의 사면론은 거세게 치고받고 있다.

6일 이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2일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사건의 1차 공판에 이어 꼭 2주 만이다. 이날 2차 공판은 본격적인 증인 신문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삼성증권 기업금융 담당 직원 한모씨를 증인으로 부르는 등 이 부회장이 당시 합병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주간 이 부회장의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그의 이름은 재계는 물론 정계, 법조계 등 사회 각계에서 전방위적인 화젯거리였다. 이유는 단 하나, 이 부회장의 사면이 과연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삼성 총수 일가의 고(故) 이건희 회장 유산 1조원 기부 발표 이후 재계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찬성하는 측이 내세우는 근거는 ‘반도체 위기론’이다. 미국과 중국 등이 반도체 생산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삼성전자의 총수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청와대에 제출한 사면 건의서에도 이러한 주장이 담겨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문제는 현재 변곡점 상황”이라면서 “TSMC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했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을 견제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세계의 움직임에 한국이 합류하지 않으면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한 뒤 못 쫓아오지 않았느냐”라고 강조했다.

사면을 반대하는 측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실형을 집행 받은 만큼,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사면을 해줘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법치와 공정의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부회장은 자신의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있다”면서 “이 부회장을 사면한다면 박근혜·최순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채 전 의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사건 관련 후속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앞의 사건에 대해 사면을 해 면죄부를 주면 뒤의 재판을 하지 말라는 건가”라면서 “행정부의 대통령이 사법부가 진행 중인 재판에 개입하는 꼴이 된다”고 부연했다.

이런 와중 사면권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 여론을 본격적으로 경청할 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서 처음으로 이 부회장을 사면하라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급 상황과 미국에 대한 투자 등을 볼 때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은 아주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 말을 자제하겠다”면서도 “정부도 언젠가 필요한 검토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총리로 임명되면 경제계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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