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 맡은 지 18년 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홍원식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에서 진행한 입장발표에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이 대면으로 입장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국내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희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홍 회장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으며 2003년 회장에 올라 현재까지 남양유업을 이끌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포실험 단계에 불과한데다 불가리스 제품 7개 제품 중 1개 제품에 대해서만 실험을 해 효과 논란이 일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의 발표와 관련 회사 측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홍보 목적으로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판단하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말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전날인 3일에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임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