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K텔레콤, LG그룹,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최근 주요 그룹들이 경영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각 기업별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력 있는 지배구조 개편을 잇달아 시도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하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그룹이 밝힌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기업가치 제고다. 아울러 그룹의 성장 가속화를 위해 SK브로드밴드 등을 포함한 인공지능(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존속회사)와 SK하이닉스 등을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신설법인)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통신사에서 탈피해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SK텔레콤의 분할 작업은 올해 안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신규 지주사 설립 시 자회사 지분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여야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올해 안으로 SK하이닉스 지분율을 기존 20.07%에서 3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현재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이 22조 원인 점을 감안할 때, 존속회사와 신설법인의 합산가치가 3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그룹에서는 LX그룹이 인적 분할돼 새롭게 닻을 올린다.

오는 5월 공식 출범하는 LX는 LG가 구광모 회장 중심으로 4세 경영에 돌입하면서 계열사가 분리됐다. LX홀딩스를 지주사로 하고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를 주력으로 한다.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 고문이 LX를 이끈다.

특히 지난해 11조2800여억 원으로 그룹 내 최다 매출액을 올린 LG상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사업 전문화와 고도화를 예고했다. 여기에 LG전자 부회장을 지낸 구 고문이 향후 자신의 전문 분야인 반도체 등 첨단소재 관련 사업영역을 확대해 그룹 몸집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이는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총수가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려면 지주사 지분 확보가 중요한데,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오른 지 이미 6개월을 넘긴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되면 2대 주주로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는 정 회장이 이를 매각해 1조 원대의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는 5월 동일인(총수)을 새로 지정하는 공정위의 발표에 맞춰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으로 동일인 변경이 유력한 현대차의 지배력 강화 일환으로도 읽힌다. 이 경우, 상속·증여에 필요한 재원마련이기도 한 셈이다.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에 방점이 찍힌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한화는 사실상 두 곳의 회사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격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김승연 회장이고,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가져 사실상 또 다른 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동관 50%, 동원 25%, 동선 25%)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와 세 아들이 그룹을 양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일원화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두 회사의 합병밖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합치거나 지난해부터 ㈜한화의 지분을 잇달아 매수하며 지분율 5.17%까지 확보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합치는 방식 등이다. 이 경우, 재계에서는 최근 김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하며 대표이사로 그룹 전면에 나서는 대신, ㈜한화·한화솔루션·한화건설 등 3개 사의 미등기 임원만 맡기로 한 결정을 ‘경영권 승계’ 포석으로 보고 후자에 무게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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