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는 7월부터 편의점 담배 광고 노출 단속

편의점 점주들 "단속 코앞인데 명확한 규정 없어"

반투명 시트지를 붙인 서울의 한 편의점. 사진=천소진 기자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전국 편의점들이 유리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이며 시야를 차단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정부가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이 흡연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단속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편의점 점주들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12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무분별한 담배 광고 노출이 청소년과 일반 비흡연자들의 흡연을 부추길 수 있다며 담배 광고 외부 노출 단속에 나선다.

당초 지난해 5월부터 단속을 시작하려 했으나, 점주들의 반발과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연기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편의점 내 담배 거치대나 광고물이 1~2m 거리에서 식별되면 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 규정은 2011년부터 이미 있었으나 업계의 반발 등으로 인해 사실상 단속은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정부가 금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규정 강화 함께 단속을 발표했다.

◇모호한 규정, 점주들 불만 잇따라

편의점 점주들은 정부의 발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반투명 시트지를 붙이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취지는 이해하겠으나 담배 광고가 밖에서 보이는 게 점주가 일부러 보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모든 책임을 점주 탓으로 돌리는 것 같다"고 불만을 나타났다.

광고 노출 차단에 대한 모호한 규정도 언급했다. 그는 "시트지, 필름 등 무엇으로 가려야 하는지, 가로·세로 몇cm를 기준으로 가려야 하는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규정을 정할 거면 A부터 Z까지 전부 정해달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모호한 규정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나름대로 유리창을 가린다고 해도 단속반의 키나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광고가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회장은 "단속이 몇 달 안남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정확한 지침이 없다"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단속부터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 감소도 걱정이다. 점주들은 담배 회사로부터 광고판 설치를 하는 대신 월평균 30만원의 광고비를 받는다. 광고 노출 차단은 점주들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내부, 직원 안전 우려돼

편의점 설계 기준에도 어긋난다. 건축물의 범죄 예방설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편의점 설계 기준은 정면 가로막힘이 없어야 하고, 외부에서 보일 수 있도록 시야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광고를 가려버리면 외부에서 보이지 않아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따른 안전 문제도 적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편의점에서 발생한 강도·폭행 등 각종 범죄는 1만 건이 넘는다. 범죄 발생 장소 역시 1만3000여 건으로 시장·노점 등에 이어 편의점이 2위를 차지했다.

안 그래도 위험한 상황에서 외부와 차단하다시피 다 가려버린다면 편의점은 범죄의 표적 장소가 될 것이라며 직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점주들은 주장했다.

계 협회장은 "심야 영업 때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매장 벽면을 유리로 만들었다"며 "이를 반투명 시트지로 가리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우려를 표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판매사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며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 반발에 나섰다. 편의점 본사들도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저기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명확한 규정 없이 광고를 가리라고만 하니 점주들을 비롯해 모두가 답답한 상황"이라며 "객관적인 단속 기준을 정하고,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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