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무료배송'에…이마트 '최저가 적립제' 선언

배송 확대 위한 물류 투자 경쟁…실탄 마련이 관건

이마트는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사보다 비싼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사진=이마트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타사보다 비싸면 차액 보상하겠다”, “1개라도 익일 무료 배송”, “대표 빼고는 다 좋아할 만큼 많은 혜택”...

고객 유치와 시장 선점을 위한 유통업계의 경쟁이 가격, 배송 등 할 것 없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통가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향후 치열한 자본 싸움까지 예고된다. 생존을 건 경쟁이 코로나19로 삶이 팍팍한 소비자들에게는 즐겁다.

◇쿠팡발 유통가 '최저가 전쟁'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8일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를 도입했다. 경쟁사보다 비싼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구매 당일 오전 9~12시 이마트 가격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고객이 구매한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마트 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마트 앱 전용 쇼핑 포인트다.

쿠팡이 ‘무료배송’ 카드를 꺼내든 지 6일 만에 이마트가 ‘최저가 보상제’로 맞수를 놓은 것이다. 쿠팡은 지난 2일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한시적으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켓컬리까지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마켓컬리는 다음달 31일까지 첫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100원 딜’과 ‘무료배송’ 캠페인을 진행한다.

100원 딜은 마켓컬리 인기 제품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으로, 기존에 월 6개 상품까지 가능하던 것을 행사 기간 10개까지 늘렸다.

무료 배송은 구매 시 결제금액에 따라 무료배송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구매금액이 5만원이면 구매일로부터 5만분 시간동안 무료배송이 가능하다.

롯데마트도 창립 23주년을 표면에 내세워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달 한 달 동안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등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14일까지는 2탄 행사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창립 23주년 행사를 이달 한 달 동안 총 4탄까지 이어나갈 방침이다.

초저가 할인 마케팅은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몰은 이달부터 채소류를 매일 50여종 선정해 초저가 콘셉트로 판매하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편의점 CU는 대형마트보다 최대 55% 저렴한 가격으로 오는 30일까지 채소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나섰다. 판매상품은 대파, 깻잎, 모듬쌈, 매운고추, 오이맛고추 등 총 6종이다.

유통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10년 전 이어졌던 출혈 경쟁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경쟁사 매장에 고객을 가장한 직원을 보내 가격을 확인하고 그보다 10원이라도 더 깎아 파는 정책을 펼쳤다. 출혈이 심해지자 유통업계는 자발적으로 가격 전쟁을 중단한 바 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한시적으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친다. 사진=쿠팡 제공

◇빠른 배송 위한 물류 투자도 확대

유통사들의 경쟁은 가격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물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쿠팡은 오는 2025년까지 전국을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10㎞ 이내’에 둔다는 배송 전략을 수립하고 물류센터를 설립중이다. 올해에만 벌써 총 4개의 물류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에서 주문한 상품을 2시간 내 배달해주는 ‘릴레이 배송’ 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배달 기사가 지역 거점까지 배송하면 이후 배달 플랫폼 스타트업에 소속된 배달원이 오토바이·자전거·차량 등으로 주문자 집 앞까지 전달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도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배송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전국 7300여 곳의 오프라인 거점과 네이버의 다양한 물류 파트너사들을 활용해 주문 후 2~3시간 내 도착하는 즉시배송 등 배송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유통사들이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실탄’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쿠팡은 미국 시장 기업공개(IPO)로 5조원대 실탄을 마련했다. 롯데쇼핑도 지난해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 9조2000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실탄을 두둑하게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이마트도 이익잉여금은 3조700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1000억원을 보유중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모션들은 그만큼 유통사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아직 마케팅들이 기업에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은 결국 비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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