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뛰어들고 중고나라 인수

엔지켐 지분 인수 등 바이오사업 진출까지 검토

1월 13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롯데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초 열린 ‘상반기 롯데 주요 임원 회의(VCM)’에서 한 발언이다.

신 회장의 ‘쓴소리’ 이후 롯데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롯데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산업 진출까지 검토 중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실제 완주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해왔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말을 계속해서 아꼈기 때문이다.

강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롯데가 얼마나 이커머스 사업 강화에 대한 열망이 간절한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는 지난해 유통판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온라인플랫폼 ‘롯데온’을 출범시켰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이베이코리아 인수만큼 커다란 이벤트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 5조원는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롯데가 온라인 거래액 20조원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이커머스 선두인 네이버(거래액 26조원), 쿠팡(거래액 22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롯데는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최근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e커머스 사업부장에 내정했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맡은 온라인 쇼핑몰 전문가다.

롯데의 나 대표 내정은 롯데온 재정비를 넘어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까지를 고려한 것이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롯데월드타워 SKY31 컨퍼런스A에서 진행된 제54기 롯데지주 정기주주종회 모습. 사진=롯데지주 제공
롯데가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에 뛰어든 것도 롯데의 변화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기로 했다.

전체 거래 금액은 1150억원이며, 이 가운데 롯데쇼핑이 2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의 중고나라 인수 소식이 들리자 시장에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운영된다는 플랫폼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까지 중고나라 인수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신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중고 거래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것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고나라는 회원 2300만명, 월 사용자 1220만명을 보유한 플랫폼이다.

바이오와 전기차 배터리 사업까지 사업 확장에 나섰다. 롯데는 최근 코스닥상장사인 엔지켐생명과학을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지분 투자나 조인트 벤처기업 설립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된다.

롯데그룹이 엔지켐생명과학을 인수할 경우 롯데그룹 설립 이래 첫 바이오사업 진출이다. 바이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다 화학, 유통사업에 비해 소비 트렌드 변화가 크지 않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 제과, 음료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기에도 유리하다.

또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출자했다. 롯데알미늄의 배터리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에 이어 음극재 재료인 동박 생산업체인 두산솔루스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배터리 소재 사업 강화에 나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롯데가 새 먹거리 찾기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롯데가 2007년 우리홈쇼핑, 2010년 바이더웨이와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2012년 하이마트 등을 인수해 단숨에 경쟁력을 끌어올린 전례가 있던 점에서 이번 M&A로 또 한 번의 반전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동우 대표는 지난 26일 정기주총에서 “바이오 사업 진출, 스마트 모빌리티,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 신규 사업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새롭게 재도약하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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