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수소사업 협력을 통한 관련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으겠다는 특정 공통분모를 갖고 잇따라 회동했다. 재계 리더들이 특정 산업 이슈를 놓고 공개적으로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소 동맹’의 숨은 배경과 그들이 제시한 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수십개 국가들과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 대응 인식을 함께 한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소사회 실현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제도를 뒷받침할 기업 간 수소 사업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재계 총수들을 만나며 종횡무진하는 까닭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에서 수소 사업을 가장 선도해온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를 양산하는 등 수소 관련 기술 개발에 앞장서 왔다. 아울러 ‘FCEV(수소전기차) 비전 2030’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50만대 공급 목표를 진행 중이고, ‘2025 전략’으로는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앞세워 7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내부적으로 현대글로비스, 하이넷, 현대제철, 한국가스공사, SPG 수소와 원활한 수소 유통을 도모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유다.

SK그룹은 올해 초 글로벌 수소 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사의 지분 9.9%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수소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지난해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 E&S, SK 건설, SK이노베이션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추진단’의 첫 작품이다.

SK는 전통적으로 사업적인 측면에서 유통과 공급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다. 여기에 SK는 판매까지 아우르는 밸류 체인(Value-Chain)의 완성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대량 수소생산 체제 구축에 용이한 기업이다.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연간 7000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2050년까지 수소 500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워둔 상태다.

이를 위해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추출하는 등 핵심 기술 확보가 필요한 상황인데, 포스코는 기술력이 검증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수소 전문기업으로의 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결국 현대차-SK-포스코의 ‘수소 동맹’은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래 신사업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수소 사업의 성장을 위해 서로 간에 엮여 있는 이해관계를 해소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도 한 셈이다.

정부와 재계는 ‘수소 동맹’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 첫걸음은 지난 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다. 수소경제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수소 경제에 2030년까지 43조 원을 투자한다. 현대차 11조1000억 원, SK 18조5000억 원, 포스코 10조 원 등이다. 한화와 효성그룹도 각각 1조3000억 원, 1조2000억 원을 투입한다.

정 회장과 최 회장은 이날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에 앞서 회동을 갖고 수소 전기차 1500대 공급,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키로 하는 등 수소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 간 CEO 협의체,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예산을 8244억 원 지원하는 등 민간 투자 및 수소 기업 결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예산은 수소경제 추진의 재원 면에서 운용에 제한적”이라면서 “민간투자 유도를 통한 시장주도형 수소경제를 조기에 정착시켜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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