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 각각 대한상의와 무역협회 수장으로 확정

재계 구심점으로 정부·정치권과 소통자리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최태원(왼쪽) 서울상의 회장과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기업인 출신 경제단체 수장은 재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각각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수장으로 확정되면서 떠오른 재계의 궁금증이자 기대감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23일 서울상의 회장에 오른 데 이어 관례에 따라 오는 24일 대한상의 회장도 맡는다. 구자열 회장은 지난달 24일 무역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회장과 구 회장 모두 기업 총수로 지내다 이번에 처음으로 경제단체 회장 명함을 받아들었다. 각각 4대 그룹 총수가 처음으로 상의 회장을 맡고,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이 무역협회 회장이 됐다는 의미도 있다.

재계는 최 회장과 구 회장이 정부·정치권과 새롭게 만들어갈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반기업 정서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도 기업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경제단체들이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던 만큼, 최 회장과 구 회장이 재계의 구심점으로 정부·정치권과 소통의 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의 숨통을 죄는 각종 규제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요청이다. 기업인 출신의 비중 있는 인사들에게 상의와 무역협회 수장을 맡긴 배경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경제단체의 중량감을 키워야 한다는 재계 안팎의 여론이 있다.

이에 최 회장과 구 회장은 호응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은 각각 취임사에서 “국가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최태원),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수견해도 적극 대변하겠다”(구자열)며 변화를 약속했다. 재계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변화의 단초를 자처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일선에서 기업을 이끌어온 풍부한 경험이 재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권익 보호에 신경을 쓰는 대한상의와 수출에 애로를 겪는 기업들의 활로를 뚫는 데 중점을 두는 무역협회가 각자 특징에 맞게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애로 요인이나 건의 사항을 각 역할에 맞게 나눠서 경제단체와 정부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과 구 회장이 해결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는 역시 앞으로 쏟아질 정치권의 규제입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달 10일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고용·노동법안 364개 중 규제 강화법은 229개로 전체의 62.9%를 차지했다.

재계로서는 계류된 노동 관련 규제 강화 법안들이 최종 입법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에 대한 대응이 최 회장과 구 회장으로선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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