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선출(26일) 이틀 앞뒀지만 후임 윤곽도 거론되지 않아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과 대조적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가 수장 교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장 하마평조차 감감무소식이다. 재계를 대표해온 경제단체들의 현 주소가 반영된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와 무역협회는 회장 교체가 사실상 완료됐다. 대한상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된 데 이어, 관례에 따라 내달 24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도 앞두고 있다. 4대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사례다.

또한 무역협회도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다. 15년 만의 기업인 출신 회장이다. 이들의 등장은 정치권의 잇단 기업 규제 입법으로 위축된 기업 활동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의와 무역협회에서 무게 있는 인사들이 회장에 선임되면서 전경련도 비중 있는 인물이 회장직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차기 회장 선출(26일)을 이틀 앞둔 이날까지도 이렇다 할 후임 윤곽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선 전 유력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린 대한상의·무역협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경련으로선 자조 섞인 한풀이를 할 만하다. 고도 경제성장기 시절 경제단체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이젠 ‘구인난’에 허덕일 정도로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취임한 허창수 회장이 무려 여섯 번째 임기를 시작해야 할 처지다. 전경련 회장은 연임 제한이 없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거론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유력한 이는 없다. 때문에 2017년부터 연임을 고사해온 허 회장이 또 다시 ‘강제 연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처지는 전경련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정경유착’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 결정타로 여겨진다. 이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다 4대그룹 총수들이 연달아 탈퇴하면서 경제5단체의 정치적인 ‘대표성’도 옅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경제인 초청행사에 배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경제단체 맏형’은 대한상의가 맡게 됐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4대그룹 탈퇴가 전경련 추락의 시작이라면 4대그룹 일원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은 경제계에서 대한상의가 발돋움하는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통합설은 전경련 위상의 추락을 상징하는 또 다른 장면이다.

최근 정치권의 잇단 기업 규제 입법 과정에서 경제단체들이 제 목소리를 반영시키지 못하자 “이럴 바엔 통합해서 힘을 키우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전경련이라는 점이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회장 임기 만료 시기마다 ‘구인난’을 겪고 왔고, 그때마다 전경련-경총 통합설도 함께 불거졌다. 무엇보다 ‘동생 단체’로 인식돼온 경총이 주체가 돼 전경련을 흡수 통합한다는 설도 제기돼 전경련 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다만 체계적인 근거나 회원사 동의 없이 통합설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어서 현재로선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전경련과 경총은 각각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로 설립기반 부처를 달리 하고 있어 관련 법률을 재정비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난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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