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코나EV 화재 원인 조사 지지부진…배터리 화재 경험 부족

업계전문가 "대기업간 리콜비용 분담에 국토부 조심스러워 해"

지난해 10월 코나EV 화재 발생 현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지난해 말 현대차 코나EV를 비롯해 최근 전기버스에까지 불이 나면서 정확한 화재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재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배터리관련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입장 차이도 큰 가운데, 현대차 측은 조만간 코나EV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방안이 담긴 리콜계획서를 국토부에 우선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나EV 화재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국토부 관계자는 “코나EV 화재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만한 조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달 중에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뭔가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화재 조사와 관련해 검증돼야 하는 부분들이 남아 있는데, 이같은 부분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달 중에도 결과 발표가 힘들 수 있다”며 "신중하게 화재원인을 조사해 정확하게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나EV는 최근 2년 동안 15차례나 화재가 발생했지만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23일 대구 공용충전소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EV에서 불이 났다. 발화 지점은 차량 하부 배터리로 파악됐다. 특히 이 화재는 지난해 현대차가 대대적으로 실시한 리콜조치를 받은 차량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전 세계에 판매된 코나EV 7만7000여대(국내 2만 5564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국토부는 리콜 당시 “차량 충전 완료 후 고전압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 책임에 무게를 둔 발표를 했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재연 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원인이 배터리 셀 불량이라 할 수 없다”며 “국토부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를 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코나EV 사진=현대차 제공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대기업 간의 책임소재 공방을 의식해 국토부가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어느 한기업의 잘못으로 발표한다면 해당기업은 수조원의 리콜비용을 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섣불리 한 기업의 원인으로만 발표한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배터리 관련 실험경험도 부족해 더욱 신중한 발표를 할 수 밖에 없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제적으로 서로 협의해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랄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만약 국토부가 어느 한 기업만의 책임이라고 발표할 경우 해당 기업과의 직접적인 소송전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업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리콜 비용과 이어질 구상권 비용의 액수가 수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나EV 관련 국토부 발표는 수조원의 리콜 및 소송비용이 걸려있는 사안”이라면서 “국토부가 LG배터리 문제라고 발표해버린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원의 리콜 및 소송비용을 감안할때 소송전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예상했다.

이 교수는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아직 본인들의 배터리 결함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토부가 배터리 문제라고 명확한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이렇다보니 국토부가 거세질 후폭풍을 우려해 복합적으로 애매모호하게 발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토부에서 복합적으로 양사가 5대5로 잘못했다고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책임이 애매모호해지고 정부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지만, 국토부가 이마저도 감수할만큼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월 23일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서 발생한 코나EV 화재 현장. 사진=연합뉴스
실제 코나EV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화재 원인실험 중 동일한 상황을 쉽게 재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문제인 것은 맞지만 실험에서 동일한 상황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재연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이에 배터리 만의 문제이고 나머지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하기에는 아직 실험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나EV의 경우 수많은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는 가운데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실험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전기차가 실생활에 상용화된지 얼마되지 않았던만큼 관련 실험 경험이 없다는 점도 조사가 길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측도 코나EV 화재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국토부가 배터리 결함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다만 국토부 등에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받아들이고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측도 국토부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에 코나EV 관련 사후처리를 최종 결정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나EV 관련 사안은 국토부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토부가 발표한 이후에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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