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양사의 이해관계 및 시너지효과 고려하면 협력하지 않을 이유 없어"

기아의 목적기반모빌리티 사업의 첫 단추로도 안성맞춤이라는 의견도

애플카 렌더링 이미지. 사진=애플인사이더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최근 애플과 현대차·기아의 '애플카' 양산 협업 관련해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이다. 현대차·기아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 현지에선 이미 양사가 협상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협업이 임박한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애플과 현대차·기아의 협업이 유력하며 조만간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사의 이해관계 및 시너지효과를 고려하면 협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5일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플이 여러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두고 애플카 양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지만, 양산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이에 현대차·기아와 협업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예상했다.

애플카 양산을 위해 협업 가능한 완성차기업은 먼저 전기차전용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미국에 대량생산체계를 갖춘 공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애플의 자율주행·배터리설계 등을 수용해 운영체제를 적용하는 기술 수준도 높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조건을 갖춘 완성차 기업은 많지 않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기아와 애플이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아는 미국 조지아 등에 이미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E-GMP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기아는 목적기반모빌리티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택한 점도 협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목적기반모빌리티는 수요자에 맞춰서 주문생산해주는 차량을 말한다. 이 차량의 첫단추는 애플카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카 양산 협업은 기아가 최근 발표한 새로운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은 물론, 현대차보다 기존 브랜드이미지 손상도 덜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인지도가 높은 프리미엄 완성차기업들은 애플카 하청생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고, 현대차도 제네시스 등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반면 기아는 브랜드 홍보도 중요하지만, 세부 차종별로 특화가 필요하며 그 가운데서도 목적기반 모빌리티를 통해 미래 시장을 공략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와 애플의 협업이 양사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너지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관련 기술력이 막강하지만 애플은 관련 기술이 거의 없다”면서 “반대로 애플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와 고객 니즈 분석, 네트워크 등 현대차·기아가 부족한 부분에서 월등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재 양사의 협상은 일명 ‘갑’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생산기지로 전락을 하거나 을의 위치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협력 초기에 협상을 통해 현대차·기아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콘텐츠와 고객 분석체계를 갖춘 애플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 입장에선 애플과 협업할 때 장점이 많기 때문에 주저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이 교수는 판단했다.

김필수 교수도 “애플 입장에선 기아의 기술 수준과 미국에 위치한 생산공장 등이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이라며 “애플과 기아간 협력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를 놓치는 결과”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애플카 협업 관련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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