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시찰하며 최태원 SK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총수에 오른지도 가장 오래 됐다. 최근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기로 한 최 회장의 행보가 재계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역대 4대 그룹 총수 중 대한상의 회장 직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재계와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2월1일 대한상의 회장에 단독 추대된다. 그는 2013년부터 8년째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회장의 뒤를 잇는다. 최 회장은 어려운 시국에 국내 최대 종합경제단체의 수장을 맡게 됐다.

현재 경제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로 재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난세에 중책을 맡게된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최 회장이다.

이번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재계를 대표하던 경제단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였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전경련을 4대 그룹이 잇달아 탈퇴한 후 재계 전체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로 대한상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결국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인물이 나오면서 두 단체의 위상은 역전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최 회장은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최 회장에게 폭 넓은 활동을 기대할 만하다. 현 박용만 회장은 상근 부회장이 맡아온 실무를 자신이 맡는 등 사실상 ‘상근 회장’ 역할을 수행하며 대한상의의 스피커를 키우는 데 주력해 왔다. 언론 노출이 적었던 최 회장 역시 국회를 찾아 정치권에 재계의 민원을 전달하거나,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타 경제단체와 달리 중견·중소기업 목소리도 큰 대한상의 특성상 소통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SK그룹에서 소탈하고, 격의 없는 대화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최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는 권위적이지 않고 기업과 협업관계를 이어가는 리더십을 보일 수 있다”면서 “최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기 때문에 맏형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은 SK그룹 미래 경영의 내실을 기하는 준비와 투자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수년 전부터 SK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면서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리고 이에 따른 사회문제로부터 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회 문제 해결을 하는 기업가 정신을 역설한 바 있다.

최 회장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딴 ‘ESG’ 경영이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경영 철학을 오래전부터 전파해 오고 있다. SK가 올해 첫 투자처로 글로벌 수소 기업인 미국의 플러그파워사를 선택하면서 1조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ESG 경영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다.

또한 10조 원 이상 투자하며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한 SK하이닉스와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제2공장 건설 투자금으로 1조9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조달하기로 한 SK이노베이션의 행보도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김 교수는 “취임 23년 동안 최 회장은 주력인 에너지·통신뿐만 아니라 지난해 바이오, 최근에는 수소에너지 등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발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있다”면서 “CEO로서 대외소통능력이나 대내적인 교류 측면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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