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2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행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가 “상상 이상”이라는 한 마디로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혁신을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그룹 수장에 오른 뒤 미래 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붙였다. 단순한 제조 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보지만, 업계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칭하며 호응했다.

정 회장의 시선은 당면한 과제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를 좌우하는 데 있어 테슬라와 BMW, 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차를 향해 있다. 이들 회사들은 관련 분야에서 업계 수위를 다툰다. 이들을 잡기 위해 정 회장은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IT기업 애플과 공동 개발해 전기차 출시를 구상하는 한편 자율주행 차량 개발 상용화를 위해 미국 앱티브와 합작사도 설립했다. 미래차 산업 육성을 위해 시간이 나는 대로 정부·지자체와 머리도 맞대고 있다.

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수소연료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수소연료전지(HTWO) 브랜드'를 론칭했고, 약 1조 원을 투자해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아울러 이른바 ‘플라잉카’로 하늘 길에도 도전하겠다는 구상 중이다.

정 회장은 사업 준비에 있어서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면, 조직 관리에 있어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단행한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신규 임원 승진자 중 30%를 미래 신사업 및 신기술·연구개발(R&D) 출신으로 채웠다. 또한 지난해 11월, 취임 17일 만에 노조 지도부와 회동하며 노사 문제 등을 소통으로 해결하겠다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줬다. 2001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노조 집행부를 만난 이후 19년 만의 일대 ‘사건’이었다.

물론 정 회장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 명예회장이 줄곧 ‘품질 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현대차그룹은 늘 품질에 대한 신뢰도 평가가 유수의 해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졌던게 사실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품질 개선이 없는 사업 다각화는 내실 없는 문어발식 확장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도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GBC는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는 평가다. 기존 현대차·기아 사옥은 글로벌 5위의 자동차 제조사라는 위상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평가여서, 정 회장의 취임 후 가장 큰 투자가 예상된다.

2018년 한차례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도 숙제다. 지배구조 재편의 키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핵심계열사가 쥐고 있다. 정 회장은 먼저 풀기 어려운 순환 출자구조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안정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정의선 회장의 관계가 주목할 만하다고 봤다.

서 교수는 “현 정부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정책이 뉴딜 정책이다. 특히 작년 7월 뉴딜 종합정책을 발표할 때, 그린뉴딜의 발표자가 정 회장이었다”면서 “미래 자율주행차, 수소 전기차 등 현 정부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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