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의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총수의 옥중경영이 불가피해졌다. 재계 1위 삼성의 경영 시계가 제로 상태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던 삼성의 생존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앞서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고 2018년 풀려났기 때문에 남은 수감 생활 기간은 1년6개월이다.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을 해야 할 기간이기도 하다.

19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을 통해 중요한 의사 결정이 내려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의 CEO 자율경영 체제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인 2017년 3월에는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같은 해 7월엔 평택 반도체 공장 30조 원 투자 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태현 변호사는 “삼성은 전문경영인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라면서 “삼성이 휘청거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막연한 경제 위기 극복을 과제로 삼았던 2017년과 달리,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할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이 총수 공백에 따른 리스크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삼성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처해 있는 현실이 만만치 않다.

우선 전통적인 먹거리인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 새로운 패권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30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총수가 부재한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대규모 투자 배정 등 최종 결정이 늦어지거나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간 무역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커졌다. 스마트폰 세계 2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를 확실하게 따돌리기 위해 삼성전자가 새로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도 발빠른 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부회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룹의 혁신 이미지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삼성전자의 대외적인 평판 악화가 예상된다. 기업의 신인도 평가 하락은 브랜드 가치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19년 연속 국내 기업 매출 왕좌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은 달리 봐야 한다”면서 “오너 부재 상황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고,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은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공백에 따른 어려움은 불가피하다”면서 “이 부회장이 준비해온 국내외 현장 경영도 중요하지만, 일단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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