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에만 치중해 고유의 도전적 색깔 잃어"…매각 매력엔 회의적 시각 많아

1분기 수주잔고 증가…수익성 개선 위한 재도약 밑거름 마련 측면에선 긍정평가도

금년도 분양목표 달성·LNG 액화플랜트 해외수주 등이 올해의 주요 과제로 꼽혀

김형 대우건설 사장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그간의 경영 활동에 대한 평가를 놓고 명암이 갈리고 있다.

'실적 재도약을 위해 밑거름을 쌓은 한 해'라는 호평이 있는 반면 '대우건설의 매각 가치와 매력을 알리는데는 미미한 성과에 그쳤다'는 혹평이 혼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형 사장이 눈 앞의 실적 개선을 위해 주택사업에 치중한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즉 주택사업에만 너무 무게중심을 두면서 과거 '건설업계 사관학교'로 불리며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대우건설 특유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재매각 시점을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김형 사장의 과제로 분양목표 달성과 LNG 액화플랜트 프로젝트 해외 수주 두가지를 꼽고 있다.

◇2020년 실적 개선 기대…매각은 '글쎄'

대우건설은 지난해 초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은이 꺼낸 카드는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대우건설의 수장으로 선임하는 것이었다.

산은이 김 사장을 난제 해결사로 낙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김사장은 포스코건설에서 글로벌 해외 사업 영역과 토목부분 최고 책임직을 역임한 바 있다. 또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서 토목 전문가로서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해외 수주 활성화에서 대우건설의 활로를 찾으려는 당시 산은의 구상과 김형 사장의 능력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후 산업은행이 '2년 후(2020년) 재매각'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취임 당시 김 사장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재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상승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해 6월 11일 취임식에서 "현재 회사 재무상태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실적과 불안정한 유동성 등으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는 부정적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입찰·수행 전 단계에 걸친 리스크 관리 강화와 원가절감을 위한 구매, 수행 프로세스 개선 등으로 역량을 강화하겠다"면서 "아울러 추가 수익성 개선 요소는 없는지 직접 재점검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건설사 관계자들은 김형 사장 취임 이후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로 '푸르지오 브랜드 리뉴얼'을 꼽았다. 지난 3월 대우건설은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16년만에 리뉴얼했다. 대우건설은 새롭게 선보인 푸르지오 브랜드를 통해 BI(Brand Identity)는 물론 세대 설계, 커뮤니티 시설, 입주민 서비스, 편의시설 등 상품 전반에 걸친 변화를 꾀하는 지렛대로 삼았다.

또한 올해 1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를 하회했지만, 신규 수주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2020년 이후 영업이익 성장을 위한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가 유력해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00억원, 영업이익 9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4%, 영업이익은 무려 45.9%나 감소했다는 얘기다.

반면 같은 기간 3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하며 연간 가이던스(10조5600억원)의 32.5%를 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도 32조원을 넘어섰다. 전분기 수주잔고는 29조90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일회성 비용을 반영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해외 현장인 알제리 RDPP, 쿠웨이트 CF 현장에서 각각 125억원, 140억원이 원가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 사장이 취임하면 통상 문제가 있던 현장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 뒤 임기 초기에 웬만하면 손실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우건설도 신임 사장 효과를 본 셈인데, 확실히 과거 2~3년전과 비교해 대우건설 실적의 가시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신규수주와 수익성 개선에 주목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분기 급등했던 건축주택 원가율이 85.8%로 안정화되며 이익의 기반을 확고히했다"면서 "적자사업부로 고착화되던 토목이 원가율 91.8%를 기록하며 실적개선의 기대감을 가져볼만한 상황이 도래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1분기 실적에서 눈여겨볼 점은 수주잔고 증가로, 수주잔고가 32조원을 넘긴 것은 2017년 3분기 이래 처음"이라며 "대부분 국내 중심이지만 수주잔고 증가가 설명하는 중요성은 크다. 다소 뒤처지던 국내 주택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제고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실적 개선 기대와는 별개로 매각 대상으로서 대우건설의 매력이 커졌는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형 사장이 주택사업 강화 쪽으로 방향을 맞췄지만, 주택사업은 건설사라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사업"이라며 "건설사로서 대우건설만의 특색이나 매력이 있어야 인수하려는 기업이 있을텐데, 허들이 낮은 주택사업에 치중해서는 인수합병(M&A) 대상으로서는 매력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2000년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대우건설은 초창기 '업계 사관학교'라 할 정도로 아프리카·동유럽 신시장 개척, 원전수주에도 새롭게 뛰어드는 등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컬러가 강했다" 면서 "그러나 지금은 대우건설하면 딱 떠오르는 사업분야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물론 당장의 실적 개선을 위해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는 매각을 위해서는 최선책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매각 위해 인력 구조조정 필요” 의견도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올 하반기 김 사장의 과제는 올해 분양목표인 2만5000여가구 달성과 LNG 액화플랜트 프로젝트 해외 수주 두가지로 모아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매각 시점의 주가가 매각 성공에 중요한 요소지만 현재 상반기까지 대우건설이 보인 행보들로는 주가 측면에서 딱히 촉매가 될만 것들이 없는 상황"이라며 "주가 견인 측면에서 분양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2만5707가구의 분양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 1분기 말 기준 8546가구의 주택 분양을 완료했다.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LNG 액화플랜트 프로젝트 해외 수주도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올해 하반기에 각각 1조원 규모의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LNG 액화플랜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액화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 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는 공정이 기본적으로 어려운 공사인데다 공정에 필요한 라이센서들간의 카르텔이 형성 돼 있어 수주가 만만치 않은 만큼 만약 대우건설이 수주한다면 재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매각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 산은은 올해 7월 중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대우건설 자산을 이관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초쯤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수조원을 들여서 인수 했는데, 자기 손에 피 묻히며 구조조정을 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현재 대우건설 인력 규모는 인수대상으로서는 아직도 비대한편인데,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구조조정을 통해 사이즈를 줄여서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하며, 이는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