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보장자산’ 줄이고 ‘건강자산’ 확대

헬스케어·디지털 적극 강화에 업계 ‘긴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제공=삼성생명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건강자산’ 프로젝트를 통한 제3보험 확대와 헬스케어·디지털 강화를 올해 목표로 잡았다. 전 사장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삼성생명은 종신보험 매출이 감소한 반면, 건강상해보험 매출은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제3보험 판매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면 생명보험사뿐만 아니라 손해보험업권까지 경쟁은 과열될 전망이다.

◇ ‘보장자산’시대 가고, ‘건강자산’시대 온다

지난해 유임에 성공한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노후 금융자산과 일상적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건강자산’ 보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새해에는 새로운 상품과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건강자산’에 대해 오늘을 케어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필수자산으로 ‘튼튼한 신체, 든든한 보장, 탄탄한 노후 준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생명보험사들은 사망·건강·재물보험 등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에 의해 현재화되는 자산으로 가족에게는 중요한 현금수입이 되는 보장자산에 대해 강조해 왔다.

이어 전 대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민들의 건강한 노후, 풍요로운 노년을 보장하는 보험사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다”라며 “고객의 삶 전반에 걸쳐 최고의 상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진정한 인생금융파트너로 거듭나는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보장자산을 강화해온 삼성생명이 ‘건강자산’이라는 신규 캠페인을 펼친다는 것은 결국, 헬스케어·장기간병상태 보장과 함께 제3보험 보장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또는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되어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생존급부보장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제3보험은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으로 분류하며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 모두가 영위 가능한 보험종목이다.

◇ 이미 종신보험 판매 포기하고, 건강상해보험 판매에 집중

지난 2020년 3월 전 사장 취임 이후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이익은 8012억원으로 2020년 3분기 7598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전 사장 취임 첫해인 2020년말 순이익은 9288억원으로 2019년말 8339억 대비 11.4%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순이익 증가세는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 판매 증가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신계약APE는 2조1160억원으로 2020년 3분기 2조400억원 대비 3.7%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보장성APE는 7.2% 감소했다.

또 2020년말 신계약APE는 2조7270억원으로 2019년말 2조5740억원 대비 5.9% 증가했다. 지난해 신계약APE 증가는 방카슈랑스 판매를 통한 저축과 연금이 이끌었다. 지난해는 연금APE가 전년 대비 2010억원 증가했고,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연금·저축APE가 1020억원 증가했다.

전 사장 취임 이후 삼성생명의 건강상해APE는 증가세를 이어갔고, 반면 종신APE는 감소했다. 전 사장이 ‘건장자산’ 확대를 천명한 만큼 올해부터는 건강상해APE가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건강상해APE는 6840억원으로 2020년 3분기 6580억원 대비 4%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보장성APE는 6010억원으로 20.2%가 감소했다.

전 사장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삼성생명은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 이익에서 비중이 큰 자산운용이익률 개선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삼성생명 자산운용률은 2.6%다. 이는 전체 생보사 평균 3%, 한화생명 3.5%, 교보생명 3.3% 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전 사장이 취임한 2020년 1분기 3.9%보다 1.3%포인트나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생명 신계약APE 추이/제공=삼성생명
◇ 올해는 헬스케어·디지털 강화 나선다...업계 ‘긴장’

이 밖에도 전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헬스케어와 디지털 역량을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헬스케어는 고객서비스 차원을 뛰어넘어 보험사가 잘 할 수 있는 차세대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 전문기업 창 헬스케어와 손잡고 건강증진서비스 전용 앱 ‘삼성생명 HeALS’를 선보였다. 삼성생명 HeALS는 삼성생명 보험설계사와 보험상품 대상 고객에게 제공되며,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쉽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생명 건강증진 서비스 ‘건강한 생활’은 건강분석, 건강활동, 체형분석 통한 건강·영양 관리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전 사장은 “위드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현장지원으로 디지털 FC로의 전환을 앞당기고 보험거래의 디지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온라인 특화보험, 구독보험과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신속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디지털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디지털 부문에서는 후발주자로 개발에 나서기보다 빅테크인 토스와 손잡고 ‘협업’하는 길을 선택했다. 삼성생명은 토스 앱에서 보험 상담, 상품 가입,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보험판매 프로세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토스의 인증·알림·페이 등 서비스도 삼성생명 서비스와 연계한다. 또 향후 양사 간 데이터를 교류해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토스 내 삼성생명 전용 페이지도 열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이 빅테크와 손잡으면서 생보업계의 빅테크 종속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이 토스와 성공적인 동행을 이어간다면 중소형 보험사들도 판매 실적 개선을 위해 빅테크와의 제휴가 잇따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3보험, 헬스케어, 디지컬 강화는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보험사가 군침을 흘리는 부문이다”라며 “삼성생명은 보험업계 리딩컴퍼니면서도 그동안 가장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회사인 만큼 전영묵 사장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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