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상장하면 결국 모회사 개미 투자자만 피해

"분노 넘어 상실감·허탈감...제도개선 필요" 한목소리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6일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사 물적분할 반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정우교 기자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흥행하면서 모회사인 LG화학 소액주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LG화학의 핵심 사업(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든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LG화학) 주가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LG화학의 소액주주와 시장 관계자들은 물적분할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27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IPO는 흥행가도를 달렸다. 지난 11~12일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총 1988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그 결과 20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전체 주문도 1경5203조원으로 집계됐다. '경'(京) 단위 주문도 사상 최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도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8~19일 일반청약에서 69.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증거금도 114조1066억원이 몰리면서 종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81조원을 넘어섰다. 청약 건수도 442만4470건으로 집계됐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연일 승승장구하며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지만, 모회사 LG화학 소액주주의 불만은 더해지고 있다. 물적분할로 분리된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지주사 할인'이 발생한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소액주주들은 지주사 할인은 곧 모회사(LG화학)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0만~100만원을 등락하던 LG화학의 주가는 최근 60만원 중반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최근 5거래일간 13.5%나 주저 앉으면서 약 18만명의 LG화학 소액주주들은 고스란히 주가 하락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되니 모회사 소액주주는 소외되고 지배주주의 권한만 강화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게 소액주주와 시장의 공통적인 판단이다.

LG화학의 한 주주는 "회사 측에서 그간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면 현재 상황에 대해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며 "이제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사실 물적분할이 LG화학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라며 "알짜 사업 분야를 법인으로 만들어 상장을 하면 '대박'이 나니 앞으로 물적분할을 하는 기업은 더 늘어나고 그만큼 모기업 소액주주의 권리는 더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들을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물적분할은 인적분할에 비해 자회사 분리 상장 후 해당 기업의 성과가 소액주주까지 미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LG화학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을 물적분할의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지난해 9월 LG화학의 부채비율이 70%가 안됐다"면서 "충분히 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에서 실시한 물적분할은 지배주주의 권리를 강화할 수단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에서는 물적분할 실시 전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등 추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에서도 법·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 최근에 소액주주에게 신주인수권,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꽤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