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주도했음에도 캄보디아 직원 배임혐의 고발 '속보이는 꼬리 자르기'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사진=DGB금융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DGB금융그룹이 연이은 CEO 리스크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8년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혐의로 물러난지 3년만에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캄보디아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40억여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서다.

7일 금융·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지난 6일 김태오 DGB금융 회장(2018년 당시 대구은행장)과 당시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상무) A씨, 글로벌사업부장 B씨, 현지법인인 DGB 특수은행(SB)의 부행장 C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4~10월 대구은행이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현지 금융당국 등에 로비자금 350만달러(약 41억원)를 현지 브로커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로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수은행이 매입하려고 했던 현지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부풀려 로비자금 300만달러(약 35억원)를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 측은 이 사건에 국제뇌물방지법(국제상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OECD 뇌물방지협약에 따라 신설) 제3조 2항을 첫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항은 브로커에게 뇌물을 주더라도 직접 뇌물을 공여한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DGB금융그룹 측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시 터진 CEO 리스크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인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대구은행장 겸직)이 이른바 '상품권깡'을 이용해 3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점수조작 등으로 24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박 전 회장은 구속된 이후인 지난 2019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바 있다.

후임 김태오 회장은 2018년 취임 당시 소통·성과·인재 등 3가지 경영방침을 제시하며 이후에도 증권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이번 의혹으로 남은 임기에 받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이은 CEO 리스크로 지역 시민단체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구 참여연대는 6일 성명을 내고 김태오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박인규 전 행장의 징역형 이후 대구 망신을 자초한 것이 엊그제인데, 이번에는 금융지주 회장과 핵심 임원이 국제적 뇌물범죄를 저질러 망신까지 초래하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 행장을 겸직해왔던 김태오 회장이 전임 박인규 행장 체제의 부정부패와 낡은 시스템을 청산하고 혁신적이고 투명한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왔다"면서 "그러나 김태오 회장은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회장, 행장을 겸직하는 등 전권을 쥔 시기에 국제적 뇌물범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더욱 분개하는 것은 김태오 회장 등은 이 사건이 터진 후 지난 3월 캄보디아 현지 직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는데 이는 본인들이 알고 허용한 일을 부하 임직원에게 책임을 돌리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이다"라며 "과거보다 더 낡고 부패한 행위를 자행했다"고 날을 세웠다.

대구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김태오 회장에 대한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 △일부라도 사실이 명백할 경우 직위(회장직 등) 즉시 사퇴 △외부인사 참여 사회적 책임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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