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낮출수 있지만 추가 의료비는 되레 증가

다른 보험상품 추가판매 의도로 갈아타기 권유

실손의료보험/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주부 김현정(63·가명)씨는 최근 실손보험을 갈아탔다. 김씨는 실손보험료가 여러 차례 인상돼 10만원을 훌쩍 넘어 보험료가 부담스러웠고 우연히 보험설계사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김씨에게 보험료가 저렴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대신 보장이 부족한 암보험과 주택화재보험 가입을 제안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김씨의 실손보험료는 크게 낮아졌지만, 다른 상품에 계약한 탓에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1%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수치다. 발생손해액은 보험사가 실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이고, 위험보험료는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다. 위험손해율은 보험사의 핵심적인 수익성 지표로서 손익 변동원인 및 손해율 관리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고, 경영실적 분석과 보험상품의 요율산출 자료로도 사용된다.

올해 3분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이 131%라는 것은 쉽게 말해 보험사가 보험료로 100원을 걷었고 131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보험사가 31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실손보험은 매년 적자를 기록해 지난 4년간 누적적자액만 무려 9조원이고, 올해도 3조5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소식이 영업현장까지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실손보험 승환영업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며 구실손 보험 대신 4세대 실손보험으로 승환을 유도하고 있다. 또 대면영업 현장에서도 보험 리모델링으로 구실손 보험 대신 4세대 실손보험으로 승환을 적극 권하는 설계사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다만, 인상폭이 관건이다. 건강보험연구원은 다음달 3일까지 산출내용을 점검해, 6일부터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생명·손해보험업계 관계자들과 보험료 인상폭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위험손해율을 고려해 1세대·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20% 이상, 3세대 실손보험도 소폭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종류별 특징/제공=금융감독원
그렇다고 모든 실손보험이 다 인상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는 갱신 주기에 따라 인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2013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은 1년 갱신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소폭 인상될 전망이다.

또 위험손해율이 가장 높은 만큼 보험료도 인상폭도 가장 클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2004년과 2007년 각각 3년 갱신으로 가입한 소비자와 2008년 5년 갱신으로 계약한 소비자만 내년에 보험료 인상 대상이 된다. 그리고 3년 갱신의 2세대 실손보험을 보유한 소비자 중에선 2010년과 2013년 계약의 실손보험료만 인상된다.

그렇다면 올해 8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승환하면 보험료를 낮출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월납보험료는 낮출 수 있다. 하지만 4세대 실손보험은 갱신주기가 1년이고 만기도 5년으로 짧은데다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하는 차등제를 도입했다. 또 1세대나 2세대 실손보험과 비교해 자기부담금도 높다. 결국, 의료이용에 대한 횟수와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는 의미다.

실손보험은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미끼상품이다. 보험설계사가 실손보험 계약을 체결해도 수수료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절판영업, 승환영업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실손보험 계약을 통해 다른 보험상품을 판매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료가 부담될 경우 4세대 실손보험으로 승환도 나쁘지 않지만, 기존의 1세대·2세대 실손보험 소비자가 승환을 통해 4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할 경우 병원 이용시 의료비용 지출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50대 후반 60대 이상의 고객이 2013년 이전에 가입한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15만원을 육박하거나 넘을 수도 있다”며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4세대 실손보험으로 환승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존의 실손보다 자기부담금이 높아 많게는 병원비의 30%까지 의료비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손보험료를 낮춰 공백이 있는 보장을 다른 상품으로 메울 수 있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실손보험은 병원 이용이 많아지면 의료비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실손보험 승환과 함께 다른 상품을 추가로 가입할 경우에는 추가되는 보험료와 의료비를 고려해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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