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무산...대선 이후 논의할 듯

대선 앞두고 국회도, 금융위도, 복지부도 눈치 보기 바빠

실손의료보험/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올해도 무산됐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선 만큼 내년 대선 이후에나 다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기간 상대적으로 보험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해집단 간 상충있는 쟁점 법안’으로 국회도 관계 부처인 금융위원회나 보건복지부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험가입은 전산화로 쉽고 빨라지는데, 보험금 지급 과정은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계 개정안 심사가 당초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있을 예정이었지만, 이번에도 논의 조차 되지 않았다.

올해 법안소위가 추가로 열릴 수 있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정기국회가 다음 달 9일 종료되기 때문에 사실상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는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진 셈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고용진·전재수·김병욱·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까지 21대 국회에서 5개나 발의됐다. 지난해 12월부터 3차례나 법안소위에 올랐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계약자가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로 전산 전송해 달라고 요청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현행 시스템에선 계약자가 병원에서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보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환자는 의료기관이나 보험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서류를 제출할 수 있으며, 자동적으로 보험금 청구와 지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의료기관도 불필요한 서류 발급을 위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 의료기록 유출, 심평원의 정보 악용, 병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의 개인 정보는 의사라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할 수 없고, 그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이 의사에게는 크다”며 “편익을 위해 실손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면 의료기관이 환자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반대에 부딪히면서 실손보험 관계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많은 국민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불편을 해소하고, 청구 포기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법률안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입법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료계의 우려 완화 및 참여 유도 방안을 검토·제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복지부는 “민간보험 계약관계에서 제3자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에게 서류의 전자적 전송 요청을 따라야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의무이행 및 수용성 제고를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법안을 발의한 국회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오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는 올해 6월과 7월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 법안을 ‘이해집단 간 상충있는 쟁점 법안’으로 분류하고, 법안 소위에 상정하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돌입한 이상 내년 대선까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가입은 전산화로 빠르고 편해지는데 보험금 지급은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이다”라며 “국회와 관계 부처까지 의료계 눈치만 보면서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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