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심사 연기…정부 의견 담긴 보고서 ‘내용 부실’ 지적·비판

학계·업계 차원 논의 ‘활발’…“기존 규제 비효율, 민간 권한 부여”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엇박자로 제 속도를 못내고 있다. 현재 10여개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여야 합의가 늦어지고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올해 안에 제정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 정치권·금융당국 엇박자 지속…“12월 임시국회도 힘들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가상자산법 심사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정무위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오갔다.

당초 정무위는 가상자산 법안에 대한 정부(금융당국) 의견을 듣기 위해 금융위에 보고서를 요청했다. 그러나 실제 완성도가 높지 않았고 게다가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당일 오전에서야 보고서가 제출되면서 회의에서도 불만·비판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가 제출한 보고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대한 기본방향·쟁점 등이 담겨 있다. 이에 앞서 가상자산법 초안으로 일부 보도됐으나 금융위는 "국회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입법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공식 의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은 처리가 늦어질 전망이다. 당장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에 자본시장연구원, 민간 금융사 소속 연구원 등과 협의해 보고서를 추가·보완할 것을 요청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심사가 미뤄졌기 때문에 법안에 대한 논의는 12월 임시국회에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임시국회 일정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 민간 자율규제 권한 부여 화두…“의미 있지만 법안 통과부터”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입법 관련 논의는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다양한 제언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민간에게 일정한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앞선 금융위의 보고서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황현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24일 정무위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가상자산 거래 법제화' 세미나에서 별도의 암호자산감독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교수는 "한국의 금융 규제는 외국에 비해 과도하다"면서 "기존 금융규제를 적용하게 되면 관련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호자산감독원 내 거래소, 자산보관, 자산운용, 매매중개 등 사업자들 자율규제기관을 만들고, 이곳에 신고·허가 등 감독 권한을 대폭 이전해야 한다"면서 "대신 자율규제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위, 금감원의 체계는 가상자산 산업의 육성·규제를 추진하는데 비효율적이라는게 황 교수의 주장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민간에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하자는 제언은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논의됐던 법안들은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했다기보다 '규제'의 성격이 강했다"며 "가상자산 업계는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단계인데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나 토대를 만들어 주는 법안을 만드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민간의 규제 권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만약 실현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법안의 통과부터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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