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4일만에 ‘리니지W’ 누적매출 1000억...실적 불확실성도 해소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W.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실적 부진에 고심하던 엔씨소프트가 단번에 상한가에 올랐다. 게임업계 맏형격인 엔씨소프트가 최근 게임업계에서 불 붙은 대체불가능토큰(NFT, Non-Fungible Token) 관련 경쟁에 참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게임 내 NFT와 블록체인 적용을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며 "내년 중 NFT가 적용된 게임을 발표할 계획이다"고 발표했다. 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 단위로, 고유하면서 상호 교환할 수 없는 토큰을 뜻하는데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토큰 아이디와 소유권이 명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유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메타버스 서비스도 준비할 계획도 내놨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지만 주가는 날았다. NFT 사업 진출 소식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해 29.92%(18만1000원) 오른 78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조가량 증가했다.

이날 발표한 엔씨소프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56% 큰폭으로 하락하며 부진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은 매출액 5006억원, 영업이익 963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기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 평균치)를 24% 하회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크래프톤, 위메이드,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등도 모두 NFT를 활용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P2E) 개념의 신작이나 사업 계획을 내놓았고 모두들 주가가 급등했다.

게임뿐만이 아니다. '엔터 대장주' 하이브도 NFT 사업 진출을 발표한 뒤 주가 상승했고 NFT 관련 종목으로 분류되는 서울옥션이나 갤럭시아머니트리도 강세다.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댑레이더가 집계한 올해 3분기 NFT 거래 규모는 106억7000만달러(약 12조5852억원)로,1년 전보다 3만8060% 폭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줄줄이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전문가들은 먼저 리니지W의 흥행에 주목했다. 지난 4일 공개된 리니지W는 7일간 하루 평균 매출 약 12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다.

리니지W는 국내 모바일 게임 출시 첫날 매출 기록도 갈아치웠다. 회사는 서비스 출시 후 14일이 지난 현재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했다.

DB금융투자는 신작 흥행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88만원에서 125만원으로 올려잡았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리니지W 성과를 기존 일매출 12억5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조정하고 영업이익 추정치를 24% 높였다"며 "적용 PER(주가수익비율)은 새로운 기대요인을 감안해 과거 3년 평균인 27배로 다시 상향했다"고 말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반 매출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리니지W는 기대치를 상회하는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면서 “현재 한국, 대만, 홍콩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주일 일평균 매출액은 120억원, 9일간 누적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했고 높은 수준의 일매출이 유지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작의 좋은 반응이 전해진 뒤에도 움직이지 않었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역시 NFT, 메타버스 사업 잠재력 때문으로 읽힌다. 황현준 연구원은 "NFT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서비스 출시에 대해 "다수의 MMORPG를 운영하며 쌓인 가상 자산의 개념과 재화 획득·교환 등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해 내년 리니지W와 함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블레이드& 소울 2’의 실패 이후 엔씨소프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리니지W’ 성공으로 인해 해소되는 중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엔씨소프트는 내년 중 NFT 관련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으며, 리니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리니지1,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2M을 통해 지난 20여년간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가장 잘 운영해 온 회사라는 점에서 NFT 시장에서 성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NFT 신작 출시 계획을 발표한지 단 하루 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음날인 12일 주가는 9.03%나 내린 71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단일계좌에서 5000억원 이상 매수하고 1500억원 가량을 매도한 '큰 손' 개인 투자자가 장 마감 이후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은 ‘주가조작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거래소는 즉각 엔씨소프트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해당 계좌 거래인이 시세조종을 통해 시세차익을 챙기려 했는지, 콜옵션 등 옵션만기일을 이용한 부당이익 편취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이 '슈퍼개미'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개시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혹여 이에 대한 불공정거래 확인 시 금융감독원으로 이관되어 심도 있는 조사가 이뤄질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NFT 사업 계획의 타임라인과 게임 라인업 등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투자 시 유의사항이란 의견이다. 이 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는 메타버스 테마나 NFT 환상에 근거한 기대감보다는 리니지W의 실적 상향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신규 게임의 NFT향을 바탕으로 엔씨소프트에 대한 센티멘탈이 개선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현재 국내 증시에선 뚜렷한 모멘텀 없이 NFT, 메타버스, 친환경 등 '테마'에 따른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해당 테마 내 일부 기업들은 아직 사업이나 실적이 실체화되지 않았음에도 폭등세를 보였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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