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일, KB금융 제치고 올라가...확보한 실탄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등 집중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카카오페이가 삼수 끝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플랫폼 규제'로 상장이 두 차례나 연기됐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기준으로 금융대장주 KB금융을 넘어선 카카오페이가 전무후무한 국민 생활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시초가 대비 7.22% 오른 19만3000원에 장을 끝냈다. 공모가의 2배를 기록한 후 상한가로 치솟는 '따상'에는 실패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5조1609억원으로 단숨에 유가증권 시장 시총 13위(보통주 기준)에 올랐다. 모기업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보다는 적었지만 국내 금융지주 1위인 KB금융을 약 2조원 차이로 따돌렸다.

일반 공모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114.4%의 수익률을 거뒀다. 투자자들이 적게는 1주, 많게는 4주까지 배정 받은 점을 감안하면 최대 41만2000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일반공모 청약에서 100% 균등배정을 처음 도입했다. 지난달 25~26일 실시한 일반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 29.6대 1, 증거금 5조6608억원을 기록했다. 비례 배정 없이 최소 수량(20주)에 해당하는 증거금 90만원으로도 청약 신청이 가능했기에 일반 투자자 공모주 청약 건수는 182만4364건에 달했다.

카카오페이의 상장일 현재 주가는 증권가에서 상장 전 예상한 주가의 2~4배에 달한다. 메리츠증권은 앞서 카카오페이 기업가치를 14조4000억원, 적정 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높은 이용자 충성도,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 공모자금을 통한 유망 핀테크 M&A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의 국내 대표 핀테크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KTB증권은 향후 규제 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적정 주가를 5만7000만원으로 제시했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 확산 여지를 반영해 카카오페이 적정 기업가치를 7조4000억원으로 잡았다"며 적정 주가로 5만7000원을 제시했다. 공모가보다도 낮춰잡은 것이다.

고평가 우려 때문인지 상장 다음날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거꾸러졌다. 4일 카카오페이는 전거래일 대비 12.44% 급락한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순위도 19위로 주저 앉았다.

불안한 흐름이지만 다행이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먼저 코스피200 지수에 카카오페이가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 지수 정기변경 시기인 올 12월까지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알리페이 등 기존주주 물량이 다수 출회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무난히 지수 편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년 동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위 이내로 상장한 이후에는 시가총액 요건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단 한번도 없었다며 “오버행(주식시장에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면 카카오페이도 지수 편입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오버행 우려에 대해서도 카카오페이는 대주주인 알리페이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직후 공식적인 유통가능물량은 34.68%지만 2대 주주인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 물량은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 간 중국, 한국 ,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업 시너지를 위한 사업적 제휴 목적이 커 현실적으로 유통물량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페이에 대한 지분율은 45%에 달하는데, 이중 알리페이가 6개월 보호예수를 건 지분은 1389만4450주(10.65%) 뿐이다. 그러나 성 연구원은 “상장 직후 실질적인 유통가능물량은 공모주주 중 개인투자자 3.26%, 의무보호 미확약 기관투자자 2.94% 등 6.2% 정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상장일 수급을 보면 외국인이 198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30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보호예수 없이 배정 받은 외국인 물량이 출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계열사 중 다섯째로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2014년 한국 최초로 간편 결제를 선보였다. 간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 만인 2015년 사용자가 500만명을 기록했고 5년 만인 2019년 3000만명을 넘었다.

2017년 카카오에서 테크핀 사업과 관련한 자산·부채를 현물 출자 받아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사용자는 3650만명이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00만명에 육박한다. 2017년 3조8000억원이었던 연간 거래액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12개월간 85조원에 달한다.

분사 첫해 카카오페이의 매출은 100억원을 겨우 넘었지만 올해 상반기 2163억원의 매출을 내며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2844억원)의 76%를 채웠다. 2018년 965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20년 179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6억원을 거두었다.

카카오페이는 전통적 업태의 금융사로 보기는 어려우나 일단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특징은 다르지 않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보험 추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수수료 인하 압박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국정 감사에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의 가맹점별 결제 수수료는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와 비교해 최소 1%포인트 이상 높다고 지적받았다.

카카오페이는 IPO를 통해 모집한 자금 1조5300억원(1700만주)으로 내년 초까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카카오페이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안을 마무리하는 대로 유망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만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식에서 “전 국민의 생활금융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고, 금융혁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모두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톡옵션(71만2030주, 행사가격 5000원)으로 1400억원(상장일 종가 기준)의 평가차익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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