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공제 내용이 약관에 명확히 설명돼 있지 않았다”

“가입설계서 통해 보험금 예시 확인하고 보험에 가입했다”

제공=픽사베이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즉시연금 소송’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앞선 소송에서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이 4연패했지만, 최근 재판부가 생명보험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번 즉시연금 소송의 핵심은 약관과 설명의무에 대한 법적 해석이다. 결국 즉시연금 소송 결과는 대법원까지 가야 나올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이원석)는 지난 13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지급 관련 소송 1심에서 보험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을 보험료로 한꺼번에 납입하고 시중금리와 연동하는 공시이율로 적립해 그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즉시연금은 크게 상속형, 종신형, 확장기간형으로 나뉜다.

문제가 된 즉시연금은 상속형 상품으로 이 상품의 특징은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 형식으로 수령하지만 원금을 제외한 이자 부분만 지급받고, 피보험자의 사망 이후 상속인들이 원금을 받게 되는 상품이다.

지난 2017년 상속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매달 지급받는 연금액이 최저보증이율보다 낮아졌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금리가 낮아져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했고, 연금액이 이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일정기간 동안 연금에서 사업비를 공제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약관에 설명되지 않은 사업비 공제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권고했고,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원을 필두로 한 금감원과 보험사의 약 1조원 규모의 소송전이 시작됐다.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소송은 금감원과 소비자에 유리한 상황이였다.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까지 줄패소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들 보험사가 사업비 공제 내용을 약관에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즉시연금 소송 1심 판결에서 삼성생명의 패소를 결정한 재판부는 “삼성생명 즉시연금이 매월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생존연금에서 사업비 공제 내용이 약관에 명확히 설명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라며 “이 상품의 구조를 평균적인 고객이나 일반적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보험계약 내용이 반드시 약관 규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약관에 공백이 있다면 보험계약을 둘러싼 제반사정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사의 “고객이 즉시연금 가입 당시 가입설계서를 통해 공시이율과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된 보험금 예시를 확인하고 보험에 가입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결국, 즉시연금 관련 소송에서 각 재판부는 약관과 가입설계서 등 설명의무에 대한 엇갈린 법적 해석을 내렸다. 즉시연금 분쟁은 대법원까지 가야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선 소송에서 보험사가 연이어 패소한만큼 아직까지는 생보사들이 불리한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최근 의미있는 판결이 나온 만큼 약관과 설명의무에 대한 더 팽팽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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