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금액은 1600억원...해마다 꾸준히 늘어 올해만 벌써 22건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여동안 20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182건, 사고 금액은 총 1633억원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1. NH농협은행의 한 직원은 고객의 통장과 신분증 사본 등을 몰래 보관했다. 그리고는 주식투자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본인이 직접 대출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대출금을 횡령해 약 25억원을 빼돌렸다.

#2. 하나은행의 부산에 있는 한 지점에서 여신 담당으로 근무하던 직원은 본인 앞으로 부당대출을 실행해 30억원을 횡령했다. 그는 이 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은행 자체 감사에서 적발돼 면직 처리됐고 검찰에 고발됐다.

시중은행 직원이 고객 명의로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거나 본인 앞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서 주식투자를 하는 등 올해도 은행권에서 황당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4년여동안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이 1600억원을 넘었으며 금융사고가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으로 각각 24건이 발생했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은행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여동안 20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사기,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도난·피탈 등 금융사고는 총 182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금액은 총 1633억원에 달했다.

금융사고란 금융기관 소속 임직원 등이 위법·부당행위를 함으로써 해당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를 말한다.

연도별로는 2017년 31건(223억원), 2018년 47건(624억원), 2019년 39건(494억원), 2020년 43건(46억원) 등으로 해마다 30∼40건의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올해 1∼8월에는 벌써 22건(247억원)이나 있었다. 그 중 13건이 횡령·유용이고, 사기가 4건이다.

최근 4년 8개월 동안 은행 중에서 금융사고가 가장 많이 난 곳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으로 각각 2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농협은행(23건), 신한은행·우리은행(22건), 기업은행(19건), SC제일은행(13건) 순이었다.

이 기간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만 총 115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체 사고 건수의 63.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사고 금액이 가장 큰 곳은 우리은행으로 423억원(22건)이었다. 이어 부산은행 306억원(5건), 하나은행 142억원(24건), NH농협은행 139억원(23건), 대구은행 134억원(4건), 신한은행 104억원(22건) 순이었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융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징계 기준과 내부통제 장치, 검사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힘써왔으나, 여전히 일정 건수의 금융 사고가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며 금융사고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은행의 핵심자산은 고객의 믿음이다”라며 “경영진은 신뢰에 직결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고, 시스템 감사를 통한 사전 예방노력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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