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채권 이자 425억 지급 발표...10월 중순께 디폴드 여부 윤곽

중국 선전시의 헝다 본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랜드) 그룹이 23일 만기인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위기감이 다소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 액수의 부채에 허덕이는 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2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전날 성명을 통해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 만기 채권에 대한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의 이자를 23일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헝다는 2022년 3월 만기 채권의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에 대한 지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역외 채권 이자 지급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증권가는 이날 이자 결제에도 불구하고 헝다그룹이 디폴트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과도한 부채에 대한 상환 능력이 상실되었을 공산이 크고 중국 정부도 구제보다 파산 용인으로 기우는 분위기다"라며 "단기적으로 중소은행들의 연쇄 부도 등 중국 금융시장과 경기에 부정적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각종 투자와 부동산 관련 소비재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 2013년 테이퍼링 당시 이머징 긴축발작의 원인이 중국 경기 둔화였음을 고려할 때 테이퍼링 실시가 기정사실화된 현 시점에 중국을 중심으로 이머징 국가들의 단기 충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 관련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 역시 단기적으로는 헝다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도 짚었다.

오는 29일부터 12월 말까지 위안화/달러채권 이자 지급 예상 규모는 약 37억6000만위안이다. 채권 이자 지급 기한이 30일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0월 중순께 헝다의 디폴트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08년 리먼 사태와 비견되기는 하지만 그정도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국내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봤다. 그는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지려면, 역내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회사채 스프레드가 급등하고, 은행간 단기자금 조달 금리도 급등해야 하지만 아직 그러한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번 ‘헝다’ 신용리스크가 은행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헝다그룹이 발표한 은행별 차입금 현황을 보면 6대 국유은행 중 5개 은행(교통은행 익스포져 없음) 자산대비 헝다 부동산 대출 비중은 1% 미만으로 크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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