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은 2% 그쳐...'자산운용 전문가' 체면 구겨 옥에 티

금융회사 수장들 중에는 빛나는 실적과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주목을 받는가 하면 논란의 중심에 올라 뭇매를 맞기도 한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각종 이슈의 중심에서 금융시장과 사회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그들의 경영 행보를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에 걸친 주요 이슈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생명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대한민국 1등 생명보험사 삼성생명이 올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1년치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상반기 기준 보장성 보험 시장 점유율 25.2%, 보유 고객 수는 818만명에 달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전영묵 사장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역대급' 실적을 보이며 입지를 다진 모양새다. 그가 취임한 2019년 말 삼성생명은 최저 수준의 저금리 상황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등 위기 상황이었다.

삼성자산운용 대표였던 전 사장은 삼성 금융계열사 내 자산운용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1964년생으로 지난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자산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치면서 30여년간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그는 2015년 삼성증권 부사장, 2018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삼성자산운용 재직 당시에는 장기연금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처음 취임할 때부터 회사 내부에서는 전 사장의 자산운용 역량이 삼성생명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자산운용 전문가인 전 사장은 호실적에도 자산운용 전문가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역대 최초로 2%의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소비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생명보험업사들은 자산운용 이익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1%로 집계됐다.

삼성생명의 수익률은 평균에도 못미쳤다. 지난해 3.49%였던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년만에 2.86%로 0.63%포인트 하락했다.

주식 시장 호황 속에서 유가증권 자산의 비중을 늘렸지만 운용 이익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유가증권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4.96%로 전년(20.29%) 대비 4.67%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국공채의 비중은 40.70%에서 38.25%로 2.45%포인트 줄어들었으며 특수채의 비중도 20.04%에서 17.30%로 2.74%포인트 낮아졌다.

최근에는 ‘즉시연금 소송’ 패소에 따른 타격도 있었다. 미지급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2분기 실적은 쪼그라들었다. 2분기 순이익은 1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75.1% 감소했다. 지난달 즉시연금 미지급 연금액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해 이에 대비한 충당금 2779억원을 미리 쌓았다. 회사는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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