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학 없어 생존했다면 의사고시 통과 가능성 높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의대생이 있다. 그야말로 앞길이 창창한 청년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저버렸으니 가족들의 애통함도 더할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죽음에 급수를 매길 수는 없을 것이다.

2일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숨진 의대생 A씨의 부모가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4년 9월 횡단보도를 건너다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었고,10여일 뒤 사망했다.

부모는 의사 자격시험을 1년여 앞두고 사고를 당해 숨진 자식이 의사로 일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그에 따른 미래 수입을 배상금으로 청구했고, 사고차량 측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은 10억여원의 손해를 배상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보험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A씨의 일실수입을 일반적인 수준으로 계산해 배상액을 청구액보다 훨씬 낮은 4억9000여만원으로 잡았다.

사망 당시 일정한 소득이 없는 학생 신분이었던 점을 들어 의사 직종이 아닌 25~29세 남성의 전 직종 평균 수입인 월 284만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수입이 장래에 늘어날 것이라는 확실한 객관적 자료가 있으면 손해배상 산정에 참작할 수 있지만, A씨가 장차 의사로 일할 것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선 달랐다. 대법원은 A씨처럼 유급이나 휴학 없이 학업을 마친 학생의 의사고시 합격률이 92% 이상이라며 A씨가 생존했다면 의대를 졸업해 의사국시를 통과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A씨의 학업 성과 등 개인적인 경력은 물론 A씨가 전문직으로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지를 심리해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을 정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뒤집힌 이번 판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직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도 않은 학생이 취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의사의 수입을 적용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등 다른 전문직 양성 학교도 똑같이 적용할 것인가 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조계 인사는 "사망보상금의 경우 특히 고소득 전문직이나 청년의 경우 미래 기대소득이 크기 때문에 산정에 있어 당사자 간의 입장이 다르다"며 "일반적으로는 생전의 급여와 정년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래 미래를 가정해서 다른 가능성이나 노이즈를 배하고 계산하는 것이 법률상 손해배상이기 때문에 이같은 판결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4심에서 다시 다퉈 볼 방침이다"며 "의사 소득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산정할 지도 쟁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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