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결국엔 은행일 뿐…차별되는 서비스 확장 어려워”
투자자 “브랜드 가치·투자심리·수급 등도 함께 고려해야”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카카오뱅크가 증권가의 고평가 논란 등 부정적 리포트가 쏟아졌는 데도 불구하고 수요예측과 청약에서는 흥행을 거뒀다. 이에 증권가와 투자자들 사이 인식차가 크다는 평가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일반청약 통합 경쟁률은 182.7대 1을 기록했다. 신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중복 청약이 불가능해진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1732.83대 1로 역대 코스피 공모주 가운데 두번째로 높았다. 수요예측 주문 금액도 2585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모두가 공모가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뜨거웠던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와는 달리 증권가의 평가는 차가웠다. 통상 공모주 상장 이전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내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례적으로 부정적인 리포트가 많았다. ‘비싸다’는 리포트가 많았고 ‘매도’ 리포트가 나오기도 했다.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청약 첫날인 지난 26일에 목표가를 공모가(3만9000원)보다 38% 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또 ‘카카오뱅크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자제’ ‘장외가 34조원은 어이없는 수준’ ‘장외시장 가격은 카카오뱅크 시총 형성에 비교할 가치도 없다’는 등의 의견으로 화제가 됐다. 해당 리포트는 논란 끝에 금융정보 제공 사이트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내려진 상황이다.

메리츠증권도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공모가 하단(3만3000원)에 해당하는 15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유안타증권도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범위는 ROE(자기자본이익률)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며 기대한 여신 점유율이 과도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약은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장 이후 주가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리포트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도 지난해 상장 전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증권사의 리포트는 긍정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 같이 증권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과의 인식 차이가 큰 이유는 카카오뱅크가 ‘금융섹터’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은행 등 금융 섹터는 다른 섹터보다도 전통적으로 방어적인 성향이 강한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주가 변동폭도 크지 않다. 은행업을 오랫동안 분석해 온 애널리스트들에게 카카오뱅크는 비싸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영업모델, 수익성 구조 측면에서 시작부터 다르다”면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업과 플랫폼업 사이 접점을 찾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카카오뱅크는 결국 은행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국내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하는 은행”이라면서 “이는 곧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의 확장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익 대부분은 이자이익에서 창출되고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평가는 증권가와 다르다. 한 기관투자자는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은 방어주로 꼽히는 은행업을 데이터 위주로 분석해 온 애널리스트들에게 카카오뱅크는 당연히 비싸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 투자심리, 수급 등을 함께 고려하면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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