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일정, 2분기 재무제표 반영 4분기로 밀려
크래프톤 전철 밟나…공모가 하향 여부에 관심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공모 둘째 날 높은 청약경쟁률과 증거금이 몰리고 있지만 카카오의 금융사업을 함께 이끄는 카카오페이는 기업공개 일정이 미뤄져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 일정은 올해 4분기 이후로 크게 밀렸다. 이는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카카오페이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관수요예측을 2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카카오페이의 발목을 잡은 건 ‘135일 룰’이다. 135일 룰은 증권신고서에 반영되는 회계결산자료의 유효 시한에 대한 규칙이다.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1분기 재무제표가 반영됐다. 재무제표의 유효시한인 135일 룰을 적용하면, 금감원의 정정 요청을 받은 16일로부터 불과 3일 후인 지난 19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물리적인 시간상 만기일 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새로운 증권신고서는 2분기 기준 재무제표가 반영돼야 하는데 꼼짝없이 4분기까지 기다리게 된 것이다. 3분기 IPO를 통한 자금 조달로 경쟁력 강화를 꾀했던 카카오페이의 계획도 무산됐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정정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충분한 설명이 기재되지 않았을 때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다소 고평가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 공개 이후 투자자 사이에서 뭇매를 맞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선정된 비교회사(피어그룹)이다. 카카오페이는 미국 페이팔, 스퀘어와 브라질 페그세구로 등 해외 간편결제·핀테크기업 3곳을 비교회사로 제시했다.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회사 선정에 업태는 비슷하지만 덩치나 면면이 카카오페이와 너무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의 올해 연환산 매출액은 4286억원으로 페이팔(27조8210억원), 스퀘어(23조2421억원)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도 그래프톤과 같이 공모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감원을 비롯해 시장으로부터 고평가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카카오페이도 공모가와 관련해 세부적 변경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가 현재 제시한 공모 희망가는 6만3000~9만6000원이다”라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금액은 1조710억~1조6320억원이지만 희망 공모가가 낮아진다면 공모액과 그에 따른 시가총액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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