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피치 국제신용평가사와 화상 회의.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정부가 하반기 최대 15억달러 규모로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위한 주간사 선정 등 사전 절차를 최근 마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대외 신인도가 모든 관측 지표에서 매우 양호한 상황"이라며 "이런 우호적인 여건을 해외조달 개선으로 이어가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선방한 여세를 몰아 낮은 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인하고 한층 두텁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의도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앞서 지난 4월과 5월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도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했다.

3대 신용평가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신용등급·전망을 낮추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113개국의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줄줄이 강등된 것에 견줘보면 한국이 역대 최고 등급을 유지하는 것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주요 7개국(G7)에서도 독일을 제외한 6개국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가신용등급(영국·캐나다·이탈리아) 또는 전망(미국·프랑스·일본)이 하향 조정됐다.

정부는 한국 경제에 대한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긍정적 시각을 확인한 지금이 외평채 발행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외평채 발행을 '코리아 프리미엄'을 한층 강화하는 포석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국 외평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7년 하반기 이후 대체로 내림세를 유지했는데 특히 최근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18bp)까지 떨어졌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 부도 위험에 대한 일종의 보험료로, 신용위험이 적을수록 낮다.

지난해 정부가 발행한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외평채의 가산금리도 50bp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신용등급과 대외 신인도 지표의 호조는 민간 부문의 해외조달 여건 개선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적은 비용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말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유로화 커버드본드(5년물)를 지금까지 가장 낮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자금 조달 비용이 줄면 일반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미국·유럽 등지에서 올해 외평채 발행 한도인 15억달러 이내로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발행 규모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 시기는 9월이 유력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4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로 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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