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조원대 초반-신세계 4조원 안팎 인수가 제시
기대 못 미치는 가격에 유찰·재입찰 가능성도 제기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유통업계 ‘매각 대어’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이 이르면 16일 결론난다. 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그룹 간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미국 이베이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날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인 이베이의 연례이사회가 15일(현지시간)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베이코리아와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본입찰에 참여한 신세계와 롯데의 제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 양측이 제시한 인수가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롯데는 3조원대 초반을, 신세계측은 4조원 안팎을 제시해 신세계가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쇼핑 단독으로 나선 롯데와 달리 신세계는 지난 3월 지분교환으로 혈맹을 맺은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양사 모두 부진한 온라인 사업을 만회하기 위해선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절실하다. 신세계와 롯데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그룹 통합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롯데온을 각각 출범시켰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 G마켓,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12%로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와 함께 '빅3' 체제를 구축했다. 롯데온과 SSG닷컴은 각각 4%, 3%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번 인수전의 승자는 15~16%까지 점유율을 올리며 단숨에 온·오프라인의 절대강자로 뛰어오를 수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가 갖추지 못한 ‘전국 유통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있어 단순 수치를 넘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인수전 결과에 따라 패자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위기에 놓일 수 있지만 인수에 성공해도 변수는 남아 있다. 그만큼 향후 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는 네이버와 지분구조나 경영방식 등 관계 설정에서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도 인수 후 각 채널간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아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아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능사는 아니다”며 “누가 인수하더라도 실제 시너지와 구체적인 전략, 방향성이 향후 주가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첨예한 이커머스 시장 경쟁 속 추가 투자 부담 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를 적어낼 경우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면서 “실제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기업 중에선 드물게 16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이는 시장점유율보다 수익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베이 본사는 수익성 악화 타개책으로 이베이코리아 구조조정을 선택한 만큼 높은 몸값을 써낸 곳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 본사가 당초 기대한 5조원 규모에 미치지 못하면서 유찰·재입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이베이 본사의 매각 철회 가능성 또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추가적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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