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고속질주 후 '급브레이크'…"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경달 기자] 전기차가 주목받으며 함께 부상한 배터리 관련주의 주가가 뜻밖의 부진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업종의 성장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전기차 외적인 부분이 주가에 영향을 끼치며 조정국면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8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 82만4000원에 비해 2.06%, 52주 최고가이자 올해 들어 가장 높았던 2월 5일의 102만8000원보다는 21.50%나 떨어졌다.

다른 2차전지 관련 대형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SDI는 전날 6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62만8000원) 대비 2.7%, 올해 들어 최고가였던 2월 17일(80만5000원)과 비교해 24.10% 하락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전날 종가(26만7000원)를 기준으로 할 때 올해 들어 40.52%나 올랐으나 마찬가지로 올해 최고점(2월 2일, 31만7500원)과 비교하면 15.91%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도 올해 1~2월 최고점을 기록했던 주가보다 한발짝 밑으로 밀려난 상태다.

2차전지 제조사들은 올해 초 전기차 시장이 부각되면서 덩달아 주목받았다. 특히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과의 합작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며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삼성SDI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의 리비안, SK이노베이션은 포드,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거나 합작에 합의한 상태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해당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37% 증가한 40만1000대를 기록했다"며 "중국 (판매량) 성장세는 다소 둔화됐으나 유럽과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대폭 확대됐다"고 전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며 배터리 출하량도 동반 증가 추세다. 특히 유럽과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출하량이 중국 업체들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달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356%나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도 각각 247%, 226% 늘어났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관련 업종의 주가는 1분기를 지나며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차전지 업종지수는 4월보다 6%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이후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 탓에 시장에 대한 기대치보다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LG화학의 경우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 지주사 할인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시 시가총액이 1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화학의 현재 시총은 57조원이다.

한 연구원은 "시장의 시선이 중장기에서 단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개별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다만 2차전지 업종이 장기 구조적인 성장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조정 국면은 긴 호흡에서 비중확대 기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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