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양호해 자금여력 충분…팬오션 회생시킨 경험도 유리하게 작용

법원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본사 사무실문 너머로 로고가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경달 기자]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도전한다. 6년 전 팬오션을 사들였던 하림이 해운에 이어 항공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하림은 오후 1시 40분 현재 전날보다 2.31% 오른 3325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하림지주는 2.93% 상승한 1만550원, 팬오션은 1.65% 오른 6780원을 기록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마감된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LOI) 접수에 하림그룹, 쌍방울그룹 등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쌍방울그룹은 계열사 광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하림그룹에서는 팬오션이 LOI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올 초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2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부채총계는 별도 기준 2187억원이고 자본총계는 1분기말 현재 마이너스 104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분 인수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최소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전장을 낸 하림의 재무상태는 양호하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7조7233억원의 매출과 3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2조원이 넘는 매출액과 10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팬오션 역시 올해 전세계적인 해상운임 급등 영향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액은 6799억원, 영업이익은 488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동기보다 21.68%, 29.29%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238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하림이 이미 팬오션을 통해 기업 회생에 성공한 경험도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부채질 한다.

하림은 지난 2015년 사모펀드 JKL과 손을 잡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팬오션을 1조79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2013년 영업손실 3300억원, 순손실 2조원(별도 기준)에 달했던 팬오션은 하림 인수 후 빠르게 정상화에 성공했다.

만약 하림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육상과 해운에 이어 항공물류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확보하게 된다. 하림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팬오션과 더불어 서울 양재동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팬오션의 이스타항공 인수 가능성이 낮지 않고 오히려 항공 자회사 성장 기대감이 보다 빨리 주가에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고 인접국가 기준 트래벌버블 등이 논의되고 있어 (인수할 경우) 정상화까지 1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 시점은 해운주에 집중됐던 투자심리가 항공 쪽으로 넘어가는 시점이기도 하다"며 "팬오션의 2분기 영업이익이 8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금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LOI를 제출한 인수 의향자를 대상으로 오는 7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14일 인수금액이 적힌 입찰서류를 받아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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