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삼성 한화 등 이어 미래에셋도 가세 움직임

판매사 입김 여전히 막강…입지 구축 여부는 미지수

사진=견다희 기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자산운용사가 판로 개척을 위해 직접판매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펀드판매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판매보수 등 수수료 거품을 빼 투자자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펀드 인기가 시들해진 상황에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펀드 직접판매 앱(APP) ‘파인(PINE)’을 출시했다. 은행과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앱을 통해 펀드 가입자를 직접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펀드 직판은 오프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수수료가 싸다는 점을 무기로 삼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직판을 위해 새로운 보수클래스를 별도 설정하고 판매보수를 기존 펀드의 50% 수준으로 낮춰 책정했다.

한화자산운용이 직접 판매 주력으로 삼은 라이프플러스 타깃데이트펀드(TDF)펀드 판매보수는 0.125%다. 보통 1% 수준인 기존 펀드의 판매보수보다 절반 이상 낮다. 한화자산운용은 이같은 판매보수 인하가 펀드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입 절차도 간편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은행·증권사 창구에서 펀드에 가입하려면 1시간 소요된다. 반면 직판 앱으로 가입하면 소요 시간을 10분 안팎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화자산운용은 설명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도 지난해 12월 삼성카드 앱을 통한 펀드 직판서비스 ‘알투(R2)’를 내놓았다. 모바일 펀드 직판 채널로 삼성카드 앱 내 금융탭과 R2 모바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속할 수 있다.

펀드 직판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 2월 모바일 직판 플랫폼 알투에서 모집한 ‘삼성 보이는 주가연계펀드(ELF) 3호’가 2차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함에 따라 R2에서 출시한 삼성 보이는 ELF 시리즈 6개 모두 조기상환 됐다.

비교적 운용규모가 작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메리츠자산운용 등도 펀드 직판 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 앱은 계좌 개설과 펀드 가입, 사후 관리 등 기능에 집중한 펀드 매매를 특화시켰다. 일반 펀드 뿐 아니라 연금펀드계좌 개설과 가입, 연금계좌 이전 등도 가능하다. 특히 개인연금펀드 가입 편의성에 역점을 뒀다.

지난 1분기 기준 에셋플러스 누적 계좌수는 3000개 수준으로 금액은 300억원에 이른다.

메리츠자산운용은 펀드 직판을 위한 모바일 앱을 가장 처음으로 개발한 곳이다. 자체 제작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높인 카카오뱅크를 벤치마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8년 4월 앱 출시 이후 직판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은 꾸준히 늘어났다. 2019년말까지 1만7063좌를 모집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 말 기준 15만좌를 넘어섰다.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도 존 리 대표가 각종 방송, 유튜브 채널 등에서 주식 투자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뒤 생긴 변화다.

펀드 직판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 판매사의 영업실적 부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원천 차단되고 펀드 전문가인 운용사가 시장상황과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를 선별해 제공할 수 있다.

또 올해 금융소비자법 시행과 맞물리며 재평가 받는 것도 활성화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펀드 직판 앱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미래에셋이 가세하면 펀드 직판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가 흘러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판매사의 힘이 여전히 막강한 상황에서 운용사의 직판 전략은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는 판매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독자 판매망 구축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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