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 부채비율·규모 크게 늘어
금리상승 시 타격 클 수밖에 없어 '뇌관'

상장사 부채비율 및 부채총계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전세계가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인플레이션에 금리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기업들은 신용등급을 유지한 상황이지만 저금리에 유동성 잔치를 벌인 기업들이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용평가사 3개사(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의 평가에서 등급이 상향된 기업은 13곳, 하향된 기업은 14곳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업들의 부채가 늘어났음에도 올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상향 기조다. SK E&S, SK종합화학 등 하향 조정이 중복해 이뤄진 곳을 제외하면 하향 기업보다 상향된 기업 수가 더 많다. 기저효과 덕분이다.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 기업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66곳이다. 반면 신용등급 상승 회사는 34곳에 그쳤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면서 신용등급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상향기조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부채비율은 높아졌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부채비율은 115.45%로 전년보다 2.6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총계는 2019년 1566조6758억원에서 작년 말 1662조131억원으로 6.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의 부채비율은 109.06%로 전년보다 5.05%포인트 상승했다. 부채총계는 127조3451억원에서 148조5186억원으로 16.63% 늘어났다.

특히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 증가세가 컸다.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유동부채는 779조7679억원으로 전년(731조3310억원)보다 6.6%(48조(48조4368억원) 늘었다.

내년부터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해 저금리 시기에 부채를 늘린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가 오히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기계·설비의 유동부채비율이 135.1%로 가장 높았고 운송과 상사업종도 100%를 넘었다. 이어 건설 및 건자재(80.9%), 유통(74.6%), 자동차·부품(70.1%), 에너지(65.9%), 석유화학(62.3%), 생활용품(61.9%), 식음료(52.6%) 등 10개 업종이 50% 이상으로 조사됐다.

기업별 유동부채 규모는 삼성전자(75조644억원), 현대자동차(59조4595억원), 한국전력공사(25조8812억원), 기아(21조976억원), LG전자(20조2075억원), 포스코(16조8550억원) 등의 순으로 컸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으로 세계 주요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이 돈 풀기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가 금리 인상을 입에 올린 건 처음이다.

지난 13일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69%로 전일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10년만에 1.69%대 진입이다. 이날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4월 대비 4.2% 상승했다. 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있었던 2008년 이후 최대치다.

국내 채권시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는 미국 채권시장의 흐름에 동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2.125%에 매매됐다. 1.424%를 기록한 1년 전 같은 날과 비교했을 때 0.701% 상승했다. 3년물 국채 금리 역시 1.121%로 전년 같은 날보다 0.235% 상승했다.

시장 전반에 금리가 상승한 현상은 기업 입장에서 저렴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투기등급 업체수는 195곳으로 연초(119곳)보다 76곳(63.8%) 증가했다”면서 “전체 등급부여 회사 중 15.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실적은 하반기에도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현재 상향 중심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업종은 등급 하향 압력이 여전하고 기관들의 수요도 찾기 힘든 상태로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