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늘어나…"투자자 보호 차원"

사진=금융감독원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올해 역대급 기업공개(IPO) 시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상장 예정 기업들의 공모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늘었기 때문인데 공모주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심사가 강화된 것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모센스, 라온테크, 제주맥주, 에이치피오, 삼영에스앤씨 등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등의 공모 일정을 연기했다.

아모센스는 지난달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 정정 요구를 받아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반영한 신고서를 지난 2일 공시했다. 이후 다시 당국의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상태다.

제주맥주, 라온테크 각각 지난 15일과 16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에이치피오와 삼영에스앤씨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는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접수된 증권신고서는 556건으로 전년 496건보다 12.1%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증권신고서 정정요구 건수는 전체의 16.6%(211건)으로 전년(5.9%)보다 10.7%포인트 급등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함께 초저금리 현상이 계속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공모주시장으로도 몰리면서 수천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내는 등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지난해 일반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평균 956대 1로 전년보다 87.8% 증가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도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늘어난 배경으로 지난해 공모주 투자 광풍으로 기업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 일면서 당국이 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IPO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거 몰렸다면 올해는 다양한 업종에서 정정 요구를 받고 있다”면서 “정정 요구가 많아지자 애초부터 예비 상장사들이 이를 감안해 일정을 잡는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시장 신규 참여자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심사를 강화해 특례상장사 중심으로 IPO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늘었다”면서 “앞으로 취약기업의 투자위험 기재 충실성, 합병가액 산출근거 적정성 등에 대해 중점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크래프톤, SKIET 등 대어급의 IPO가 예정돼 있어 뜨거운 공모주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장이 예상되는 주요 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100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면서 “이는 국내 주식시장 전체 시총의 4.5%를 웃도는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흥행이 지속되면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단순 기대심리만으로 참여한다면 상장 직후 높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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