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 노린 송금 급증…한도 제한·거래거절 등 조치 나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으로 차익 거래를 노리고 해외 송금이 급증하자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차익거래로 의심되는 비트코인 관련 해외송금이 늘면서 월 송금한도를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19일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연간 한도 5만달러 이내면 매일 5000달러씩 송금하는 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월 1만달러까지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은련퀵송금은 실시간 송금서비스로 수취인은 중국인 개인만 가능하고 수취통화도 중국 위안화(CNY)이다. 기존에는 은행 영업점과 동일하게 한도가 건당 5000달러, 일 1만달러, 연 5만 달러였다.

우리은행은 창구에서 송금하는 경우 증빙서류 등을 요청해 의심스러운 해외 송금을 막을 수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 한계가 있어 이같은 한도 조건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비대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하나이지(EZ)’의 월 한도가 이미 1일 1만달러로 책정돼 있다.

카카오뱅크도 특정 사례 발생 시 서비스 이용 제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아직 송금 한도를 낮출 계획은 없지만, 자금출처나 송금 사유 등에 대한 확인을 평소보다 철저히 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후 송금한도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주로 시중은행에서 국내 거래소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해외에서 싼 가격에 가상화폐를 사들인 후 이를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기 위해 해외 송금이 이뤄지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상 5만달러까지는 취득 경위 등에 대한 증빙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하지만 결제수단으로는 제약이 있는 비트코인의 경우 자금세탁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관련 법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은행권에서는 일반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를 하고 있는 상태다.

시중은행들은 일선 창구에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 등을 거절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해외 송금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도 관리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가상자산 불법행위 등을 집중 단속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관련 불법 의심거래에 대해 신속히 분석해 수사기관, 세무 당국에 통보하는 등 단속·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가상자산 불법행위의 유형별로 전담부서 세분화 및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 보급 확대 등 수사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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