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생명·농협생명·한화손보 등 보유 채권 매도가능증권 분류
금리 상승 따른 RBC비율 하락 위험 노출…자본확충 나설듯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올 들어 채권금리의 상승세가 강해지면서 보험사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놓였다. 금리 상승기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히지만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이 그대로 돌아와 ‘양날의 칼’이 되는 것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3분기 대비 하락한 생명보험사는 24곳 중 17곳에 달한다. 업계 평균으로는 3분기 말 299%에서 연말 284%로 떨어졌다.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인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험업법에선 RBC비율을 100%이상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금감원은 이 RBC비율을 토대로 보험사를 관리 감독하고, RBC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권고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채권, 이자수취채권 등 보험사의 운용자산수익률이 높아진다. 저금리로 커졌던 보험업계의 금리 역마진 부담도 줄어든다.

다만 RBC비율이 하락하는데, 유독 금리상승에 민감한 회사들이 나타난다. 저금리 시절 채권 평가이익을 얻기 위해 자산을 회계상 만기보유자산에서 매도가능 자산으로 재분류한 회사들이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 계정 재분류는 3년마다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에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보험사일수록 지급여력의 금리 민감도를 단기간 내 제고하기 어렵고 금리상승에 따른 RBC비율 하락폭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중 모든 보유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한 DGB생명, 농협생명 등이 금리 상승에 민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로 꼽혔다.

이 외에도 교보생명은 2017년, 한화생명은 2019년 모든 보유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해 금리 상승에 따른 RBC비율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업계에서는 한화손보가 작년 1분기 4조2000억원 규모의 만기보유자산을 전액 매도가능자산으로 옮겨 금리 민감도가 가장 높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RBC비율 하락폭이 커지면 보험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보험사들이 금리 상승기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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