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펀드 대신 보험상품 판매 주력 영향…손보사는 수혜 '미미'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옵티머스와 라임 등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은행과 생명보험사들이 뜻밖의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들에서 사모펀드 대신 생명보험 판매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일반계정(변액보험, 퇴직연금 제외) 초회보험료 수입 가운데 은행을 통한 판매, 방카슈랑스 채널(경로)의 실적은 6조1947억원으로 1년새 42.6% 급증했다.

은행 창구의 방카슈랑스 판매 제한규정 중 일부에 대해 예외를 적용받는 NH농협생명을 제외하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증가율은 51.6%로 더 높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수입은 1년 전보다 131.9% 급증한 2조5192억원이었다.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증가도 폭증해 각각 179.1%, 123.4%나 늘었다.

방카슈랑스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던 KDB생명과 KB생명도 본격적으로 은행을 통한 판매를 늘리면서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수입이 각각 52배와 10배로 급증했다.

방카슈랑스 판매는 은행들의 실적에도 도움을 줬다. 방카슈랑스로 팔리는 저축성 보험은 보험료를 가입할 때 일시에 납입하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초회보험료 수입 중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과반인 생보사도 많았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초회보험료 수입 중 방카슈랑스는 82.0%에 달했다. 한화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이 비율이 각각 69.6%와 79.9%로 집계됐다.

작년 생명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가 대폭 늘어난 것은 '옵티머스 사태'와 '라임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은행이 펀드 대신 보험 판매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은행 이용자들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저축성 보험에 눈을 돌렸다.

한편 손해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판매로 이득을 보지는 못했다. 방카슈랑스로 많이 팔리는 보험 상품은 은행 상품과 유사한 저축성 보험으로, 생명보험의 주력 상품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의 방카슈랑스 보험료 수입인 원수보험료(퇴직연금 특별계정 포함)는 5조725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 느는 데 그쳤다.

NH농협손해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는 2조9168억원에서 2조5855억원으로 되레 11.4% 감소했다.

지난해 5대 손해보험사(삼성, KB, 현대, DB, 메리츠)의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는 2019년보다 13.3∼26.0% 쪼그라들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