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거래일만에 38.7% 뛰어…"불확실성 완화로 리레이팅 가능"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요즘 온라인 증권 종목토론방에서 ‘두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사랑받는 종목이 있다. 바로 두산그룹의 종합기계회사 두산인프라코어다. 이 회사의 주가가 분할·합병 결정 이후 급등세다. 주가는 지난 19일 이후 8거래일만에 38.7%나 올랐다.

두산그룹은 지난 19일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부문(존속법인)과 투자부문(신설법인)으로 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두산중공업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부문과 투자부문 분할비율은 0.3104대 0.6895이며, 투자부문과 두산중공업의 합병비율은 1대 0.6866이다. 주주확정 기준일은 다음달 5일이다. 주주총회(5월 13일)와 매매거래 정지(6월 29일~7월 20일)를 거쳐 오는 7월 21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투자부문에는 두산밥캣 지분 51.05%가 포함된다. 손자회사이던 두산밥캣이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들어간다. 사업부문은 순수 건설장비 회사로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될 예정이다. 기존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은 사업부문 주식과 함께 두산중공업 0.47주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이같은 분할·합병 발표 후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가 이어졌다. 지난 19일 이후 한 주 동안 두산인프라코어는 코스피 내 기관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외국인은 240만여주를, 기관투자가는 770만여주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5거래일 연속 순매수 하며 200만주에 가깝게 사들였다.

증권사들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목표가를 잇달아 높여 잡았다. 2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 증권사도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적 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되는 7월21일 이후 적정 목표주가로 2만원을 제시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의 상승여력은 두산중공업 주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사업)의 주가가 적정 PER 15배까지 올랐을 때의 기대수익률 35% 수준"이라며 목표주가를 높인 배경을 설명했다.

합병 조건상 기존에 두산인프라코어를 100억원 어치 매수하면 두산인프라코어 31억원, 두산중공업 69억원을 7월 21일에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그는 "투자자들은 6월 28일까지 두산인프라코어 주가가 목표주가 아래인 경우 잔여 상승여력과 기대수익률에 따라 매수해 거래정지를 지나 7월 21일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강하게 오른 것은 주식 변동 뿐 아니라 기업가치가 재평가 받을 것이란 중장기 전망 때문이기도 하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해당 공시를 불확실성 완화 이벤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분할 후 두산인프라코어 영업부문은 순수 건설장비 회사로 변모하는데 현대중공업그룹 편입효과까지 감안하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은 “사업적 연관관계는 떨어지지만 두산인프라코어에 적용되던 할인은 기존보다 완화될 것”이라며 “순수 건설장비 섹터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상장사인 두산중공업 지분을 직접 시장에 매각해 포트폴리오를 직접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가지 리스크가 꼽힌다. 먼저 반대매수 청구 규모에 따라서 분할합병 거래가 아예 백지화 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의 주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한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신규 목표주가는 두산중공업의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되는데,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투자부문 합병과 (주)두산의 두산퓨얼셀 현물출자로 주식수가 증가한다"고 짚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두산으로부터 두산퓨얼셀 지분을 현물출자 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두산중공업 주주 입장에서 이 거래는 일종의 증자를 수반한다.

한 연구원은 "2개 거래를 통해 발행하는 두산중공업 신주는 1억1000만주이고, 이는 기존 두산중공업 발행 주식수의 31%이며, 주식수 기준 희석효과는 23%"라고 분석했다.

그는 “두산인프라코어 영업부문 리레이팅 효과가 두산중공업 주가 리스크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하반기 사례를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두산중공업 증자를 자본확충과 재무비율 개선으로 이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매각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는 매각작업이 3분기 정도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했다.

손 대표는 지난 22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최근 신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만큼 우리에게 더 큰 판에서 더 많이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현대중공업그룹 여러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기대해 볼 만하다”며 “동종의 계열사와 콜라보를 통해 부품 구매력을 높이거나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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