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온라인 유통 업체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지분 맞교환을 통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기로 했다. 상장으로 큰 돈을 손에 쥐게 된 쿠팡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오프라인 유통 1위 기업과 이커머스 1위 기업의 반(反)쿠팡 연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지난 16일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커머스·물류·멤버십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네이버는 이마트 지분 2.96%(82만4176주)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6.85%(48만8998주)를 확보했다. 이마트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네이버 지분을 각각 0.24%(38만9106주), 0.16%(25만9404주)를 취득하게 된다.

신세계는 자사주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지분교환을 했다. 신세계의 최대주주는 정유경(28.57%) 총괄사장이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는 45.76%를 가지고 있는 신세계, 2대주주는 정 총괄사장이다.

각각 온·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가진 두 회사가 손을 잡음으로써 향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양사 모두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번 협약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곧바로 강세를 보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7일 전일 대비 7500원(3.67%) 상승한 20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신세계와 이마트는 다소 약세를 나타냈다. 신세계는 0.53% 하락했고 이마트는 2.2% 하락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휴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마트·신세계, 네이버 순으로 혜택을 많이 누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네이버와의 제휴에 힘입어 신세계그룹은 그간 상대적으로 열위였던 온라인 사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쓱닷컴(SSG닷컴)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사몰인 S.I.빌리지(S.I.Village)를 운영하고 있다. 쓱닷컴은 오는 2023년 이후 상장을 앞두고 있다.

네이버는 상품 다양화, 거래대금 증가는 물론 식품과 럭셔리 등 네이버 쇼핑의 카테고리 확장이 가능해진다. 특히 쇼핑과 관련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게 되면서 '광고-커머스-페이-물류'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확장하게 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의 지주회사인 신세계는 1955년 동화백화점으로 설립돼 1985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백화점, 패션·라이프스타일, 화장품 제조, 면세점사업, 부동산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세계의 주가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신세계 주가는 2020년 3월 말 이후 15% 상승하는데 그치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유통업종 지수를 각각 63%, 33% '언더퍼폼' 했다.

지난해 4분기 신세계의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추정치)에 부합했다. 4분기 총매출은 2조2234억원(전년 대비 -17%), 영업이익은 1031억원 (전년 대비 -47%)으로 역성장했지만 시장의 예상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매출은 이미 확연하게 정상화되고 있고, 면세 사업 역시 흑자전환 가시성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주가의 우상향 흐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는 신세계의 올해 총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9조2621억원, 영업이익은 358% 급증한 404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화점 영업이익이 소비개선과 낮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63% 증가하면서, 전사 증익에 28%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면세점도 임차료가 대폭 감소하고 시내점 마진이 소폭이나마 개선되면서 751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두드러진 백화점 부문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주 연구원은 "2월 백화점 기존점 신장률은 40%였는데 3월은 이보다 더 높은 50% 초과 달성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며 "단기 주가 모멘텀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외출 수요 회복에 따라 의류부문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수익성 역시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쿠팡 상장도 신세계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 연구원은 "쿠팡 상장 이슈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상향되고 있는 점 역시 쓱닷컴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세계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3000억원과 898억원으로 예상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식품 쇼핑시장이 앞으로 전체 유통산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신세계의 쇼핑포털 쓱닷컴이 온라인 식품시장을 주도하며 전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쓱닷컴은 전체 이커머스에서는 점유율이 2.5%에 불과하지만 식품 이커머스에서는 7.2% 점유하고 있다. 쓱닷컴은 이마트가 지분 50.1%, 신세계는 26.9%를 갖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네이버와의 제휴 서비스를 통해 쓱닷컴 총 상품 판매량(GMV)을 확대하고자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나 멤버십 통합 서비스,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 등의 형태일 것이며 네이버의 기존 물류 협력업체들을 통해 라스트마일 단에서의 '캐파' 확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쓱닷컴의 거래액은 올해 4조9000억원, 2023년엔 9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낮은 기저효과와 점진적인 일상 정상화에 따라 영업실적 개선은 가능하지만 코로나19 영향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함께 예비입찰에 참여한 경쟁사들은 롯데그룹, SK텔레콤과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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