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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올해 초 건설주는 뒤늦은 랠리를 시작했다. 지수 대비 오르지 못했다는 저평가 인식과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 정책이 주택공급 확대로 돌아서면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건설의 주가는 1월 한 달여 동안 20% 가량 뛰었다.

시장의 기대처럼 정부는 ‘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83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 약속을 내놓았다. 서울시에만 32만호를 공급하기로 한 역대급 공급 대책이었다.

이같은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의 주가는 약세로 돌아섰다. 대책 발표 당일 3.79% 하락한데 이어 한달여가 지난 10일까지 꾸준히 약세를 보이며 8.8% 내렸다. 주가는 3만원대로 내려 앉아 연초 증권사들이 제시한 5만원대의 목표주가와는 멀어졌다.

급하게 오른 만큼 ‘차익실현’ 물량이 대거 나온 데다 공공 주도 공급이라는 정책 실효성에 시장이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망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증권가는 올해 주택사업 비중이 큰 회사의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계획하고 있는 분양물량은 현대엔지니어링 2만호를 포함해 총 5만2000세대로,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다.

전국 연간 분양계획이 42만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점유율은 12%에 달한다. 그 뒤를 이어 대우건설 3만5000세대, GS건설 2만7000세대, HDC현대산업개발 1만8000세대 순으로 많다.

증권사들은 분양 시즌이 시작되면 현대건설의 실적 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이 밝힌 올해 목표는 매출 18조7000억원과 25조4000억원의 수주를 달성하는 것이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추가 주가 상승은 5만2000호의 분양 목표 달성이 가시화되는 시점"이라며 “목표 달성 가능성이 확인되면 내년 매출액 추정치는 큰 폭으로 상향될 수 있으며,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증가한 수주가 올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증가한 수주와 선반영한 비용을 감안하면 올해는 큰 폭의 성장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지난해 신규수주는 27조1000억원(전년대비 12% 증가), 수주잔고 66조7000억원(18%)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낮은 조달금리, 브랜드파워, 가시성 높은 해외 프로젝트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기존 정비사업 중심에서 일반도급과 준자체사업으로 주택사업 수주 전략이 확장되면서 주택공급 목표 달성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고 판단했다.

윤 연구원은 해외사업의 경우 지난 2019년 착공한 사우디마잔 오일가스 프로젝트계약(PJT)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정이 지연됐지만, 올해는 1조원의 매출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난해 수주한 ‘파나마 메트로’ ‘카타르 루사일타워’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간 해외 실적도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주택 매출 뿐 아니라 해외수주, 신산업 진출 등 여러 호재들도 더해진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향후 3년간 펼쳐질 건설업 실적 성장기에 주목해야 한다"며 "분양시장 호조로 어느 때보다 주택 사업에 우호적인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부문도 최악의 발주환경을 지난 가운데 실적 정상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기대 이상 실적을 나타낼 수도 있다"며 "이밖에 풍부한 재무여력, 신사업 진출, 배당 확대 등 많은 투자포인트가 준비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크게 증가한 건축 주택 수주가 대규모 분양 계획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분양 실적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현대엔지니어링의 분양 계획 달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지난 2년간 늘어난 국내 분양 현장과 사우디 마르잔을 비롯해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파나마 메트로 등 2019~2020년 수주한 대형 해외 공사가 재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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