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상품일 수록 보장범위 넓고 자기부담금 적어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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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880만명에 이르는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 부담에 직면했다. 다음달 이후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50% 이상 오르는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구형(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17~19% 뛴다. 앞서 지난 1월 2세대인 ‘표준화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평균 10∼12% 인상됐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팔리고 단종됐지만 치료비의 100%를 보상해줘 현재까지 881만명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1세대 실손보험 판매사 중 KB손해보험의 보험료 인상률이 19.5%로 가장 높고, 메리츠화재도 약 19% 수준이다. 삼성화재 18.9%, 현대해상 18%, DB손해보험 17.5%의 인상이 예정돼 있다.

2세대 실손보험도 보험료가 50% 이상 인상된 사례가 속출했다.

구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동결된 2018년을 빼고 매년 10% 안팎으로 올랐다. 만약 갱신주기가 5년 단위인 상품에 가입한 경우 그간 인상분이 누적돼 올해 인상률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고령층은 올해부터 보험료가 100% 넘게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높은 인상률을 허용한 것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업계가 요구한 인상률은 20% 이상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전체로 봤을 때 130%를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자기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일부 가입자의 '쇼핑 진료' 등 과잉 보상금이 지급되고 계속 손해가 커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미래에셋생명 KB생명 오렌지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DB생명 악사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AIG 손해보험 등이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

정부는 오는 7월에 보험금을 많이 탈수록 보험료를 더 내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도록 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타지 않았다면 다음 해 보험료가 5% 할인된다.

구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것과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 중 어느 쪽이 유리한 지를 따져봐야 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실손보험 상품이 오래될수록 보장범위가 넓고 자기부담금이 적기 때문에 상품의 보장급부만 본다면 오래된 상품이 가입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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