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올 들어 항공엔진 제조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로 잔뜩 얼어붙었던 경기 회복과 함께 항공기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일 전 거래일에 비해 1.99% 오른 3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서만 두달여만에 34.56% 올랐다. 지난달 4일엔 종가 기준으로 4만42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올해 들어 55.26% 뛴 수준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향후 실적이 강한 수요에 의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상향되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4만8000원) 한화투자증권(5만5000원) KB증권(4만2500원) 키움증권(4만5000원) 하이투자증권(4만9000원) 등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개선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됐다.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을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1조7242억원, 영업이익은 7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117.1% 늘어났다. 매출액은 컨센서스와 유사했으나 영업이익은 17~19% 웃돌았다.

본사 영업이익도 158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 했다. 자회사 테크윈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26%나 늘어났다.

안유동 KB증권 연구원은 "에어로스페이스는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의 국제공동개발사업(RSP) 비용 정산에 따른 환입금 약 200억원과 군수부문의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RSP는 항공기 발주사와 제작사가 비용과 이익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항공기 엔진의 경우 개발과 양산, 사후관리 등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투자업체들이 참여 지분 만큼 위험과 수익을 나누는 계약방식을 택한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 항공기 엔진 개발업체들이 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GTF 엔진 출하량이 34.6% 감소함에 따라 200억원의 비용이 환급됐다. 글로벌 항공기 인도대수가 늘면서 LTA(장기부품사업)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31.5% 증가한 1557억원으로 반등했다.

테크윈을 포함한 자회사들도 전반적인 수요감소에도 불구하고 선방하며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한화디펜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8% 감소한 54억원으로 나타났지만 민수부문인 테크윈(CCTV)과 정밀기계 등은 매출 호조를 보였다.

테크윈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감소에도 불구하고 2019년 4분기 중국사업 정리비용에 따른 기저효과와 수익성이 좋은 B2B(기업간거래) 매출비중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5.9% 급증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디펜스가 '어닝 쇼크'를 시현했지만 테크윈, 파원시스템, 에어로스페이스 등 비방산 3사의 실적 호조와 에어로스페이스의 흑자전환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파워시스템의 경우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2800억원의 사상 최대 수주를 달성했다. 정밀기계도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해 호조를 보였다.

향후 테크윈, 파워시스템, 정밀기계 등의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워시스템은 7000억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사업부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11% 증가한 2716억원,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4% 늘어난 259억원으로 모두 기존 추정치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방위산업에 사용되는 항공 엔진, 항공 기계, 보안 시스템, IT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1977년 항공엔진 사업과 필름 카메라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정밀공업으로 출범한 후 1987년 '삼성항공산업'로 사명이 변경됐고, 2000년 '삼성테크윈'으로 다시 한번 이름을 바꿨다. 지난 2014년 11월 삼성이 한화에 삼성테크윈 주식총액의 50%를 매각하면서 2015년 7월 한화테크윈이 됐다가 2018년 4월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인도 대수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등 업황이 회복세인 데다 우주사업 등에도 적극 투자한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김지산 연구원은 "위성 사업에 대한 적극적 행보와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며 "쎄트렉아이 지분 인수로 쎄트렉아이와 한화시스템이 위성 본체, 위성 탑재체, 지상체 역량을 키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발사체 역량을 보유해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실적이 고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보다 12.8% 증가한 6조원, 영업이익은 6.7% 늘어난 2604억원으로 예상했다. 방산부문 영업이익은 2.3% 증가한 160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실적 개선에 힘입어 이익 개선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테크윈 파워시스템 정밀기계의 업황호조, 수주확대 등으로 지난해보다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9.1% 각각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항공기에 대한 수요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엔진 및 기체부품 부문의 매출증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펜스도 국내 예정된 납품 스케줄과 사우디아라비아 비호복합 수출 등으로 매출 및 이익이 성장하고, 테크윈과 파워시스템도 수요가 늘 것"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연결매출액은 11.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5조9400억원, 2439억원으로 작년보다 11.6%, 11.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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