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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새해 벽두부터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낭보(朗報)'가 날아들었다. 애플의 자율주행차 '애플카' 생산 협력설이 그 것이다.

풍부한 시장 유동성에다 투자자의 기대를 타고 시총 10위권내 거대기업이 마치 중소형주 처럼 빠르게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는 애플과 협업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부터 2거래일 연속 오르며 29.85% 뛰었다.

몸집도 부풀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 코스피 내 시가총액 8위(삼성전자우 제외)였던 현대차는 시총 4위까지 껑충 치솟았다. 이후 애플카가 기아와 협력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자 소폭 하락해 현재는 25만~26만원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6일 지난해 실적이 공개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영업이익은 1조6400억원으로 40.9% 늘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실적에 대해 “지난 2016년 2분기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라며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률 5%를 상회한 호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4분기 급격한 원화 강세와 글로벌 코로나19 재확산 이슈가 아니었다면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환율 부담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도 주목받았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 같은 기간과 유사했던 판매량과 비우호적인 환율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믹스 효과로 큰 폭의 증익을 보였다”며 “판매보증비용 증가로 인해 컨센서스보다는 실적이 소폭 하회한 것"이라고 짚었다.

4분기 자동차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6% 증가한 23조5000억원이었다. 연결대상 글로벌 도매판매는 99만6000대로 1.5% 늘었다.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은 8.9% 증가한 1조1560억원이었다.

다만 3분기 품질비용을 제외한 조정 영업이익 1조2430억원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연결대상 도매판매가 전 분기 대비 13% 증가했는 데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증익분을 상쇄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유행으로 지난해 전체의 영업이익은 3조원을 밑돌았다. 현대차의 지난해 총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03조9976억원, 2조781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1.7%, 영업이익은 22.9%가량 줄어들었다.

증권가는 현대차의 실적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70% 가까이 증가하고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6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1분기 현대차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7조2324억원, 1조4506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 6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올해 현대차 총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15조2834억원, 6조6239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작년 대비 11%, 132%씩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는 올해 신차에 주목했다. 지난해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선진국 등 신차 수요가 크게 늘고 대규모 리콜 비용 등을 미리 반영해 부담도 줄였기 때문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에서 막 출시된 'GV80', 국내 'GV70' 판매 대수가 주가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자동차는 앞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미국 제네시스 비중을 6%(약 4만2000대)까지 증가할 계획임을 발표했고, 여러 매체를 통해 'GV80'에 대한 미국내 반응이 상당히 호의적임이 나타나 조기 증설 결정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유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제네시스를 기반으로 한 ASP(평균판매단가)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부족 상황에서 경쟁업체들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가 흐름도 따라서 점진적 우상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는 'GV80'을 지난해 12월 북미시장에 출시해 올해 1분기부터 온기로 실적에 반영하게 됐다.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를 오는 3월 유럽 시장에 글로벌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모델은 차량 경쟁력이 높고 수요가 많은 차종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며 “현대차는 올해 실적 가이던스로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4~5%를 제시했지만, 이는 글로벌 업황 불확실성을 감안한 보수적인 전망치”라고 판단했다.

올해 가이던스는 판매목표로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416만대,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은 4~5%로 기존 제시한 수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미래차 경쟁력에 대한 기대도 장기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애플과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기대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했지만, 현대차가 전기자동차(xEV) 선두권 업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연구원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멀티플 확장 시도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스트림 파워트레인, 3세대 플랫폼 도입, E-GMP 전기차 출시, 제네시스 SUV 라인업 확충 등 투자들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며 “애플과의 파트너십 체결 가능성이 주가상승의 촉매가 됐지만 펀더멘탈 개선이 뒷받침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네시스와 친환경차의 성장을 고려해 가치 프리미엄을 적용해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산출했다"며 "향후 이종산업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장이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전년과 동일하게 3000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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