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글로벌 시장 공략에 역량 집중…변화보단 안정 우선 연임에 무게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금융회사 수장들 중에는 빛나는 실적과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주목을 받는가 하면 논란의 중심에 올라 뭇매를 맞기도 한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각종 이슈의 중심에서 금융시장과 사회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그들의 경영 행보를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에 걸친 주요 이슈를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주>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월에 취임한 지 행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첫 임기 이후 한 차례 더 신임하는 관행에 비춰, 연임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금융권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보수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추세다.

지 행장은 지난 2년간 소통의 리더십을 검증받는 한편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꾸준히 공략하며 어려운 시기를 무난하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 디지털과 글로벌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리딩뱅크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장기 비전으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하나은행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 혁신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비매면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핵심채널로 급부상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전담 조직 미래금융그룹 내 디지털금융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뱅크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이 디지털·핀테크 역량 강화를 위해 기존 미래금융사업본부를 그룹 단위로 격상시킨 조직이다. 리테일과 디지털, 마케팅, 고객관리 등 각 기능을 일원화된 관리체계 하에 두면서 유기적으로 연결, 통합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생활 속 플랫폼 금융을 구현하기 위해 '하나원큐'를 은행과 관계사의 공동 마케팅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외부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제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 행장은 코로나19로 해외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베테랑 해외통 답게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앤트그룹과 제휴해 즈푸바오 전용 모바일 지점 ‘하나 샤오청쉬’를 오픈했다.

이로써 중국하나은행은 중국의 대표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약 10억명의 손님을 대상으로 다양한 예금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알리안츠생명과 방카슈랑스 사업을 강화했다. 알리안츠생명 인도네시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 13일부터 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법인은 상반기 중 네이버 손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함께 인터넷뱅킹을 론칭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의 승인을 받은 뒤 중앙은행(BI) 최종승인을 남겨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하나은행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는 국가 중 하나다.

지 행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인과 진행하고 있는 합작사업과 같이 이종산업과의 협업·융합을 통해 해외 리테일 뱅킹 시장에서 성공을 이뤄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약 1억600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라인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나은행이 이용자 정보 등 현지 정보를 기반으로 디지털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적 특성을 살린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데 성공적인 선례를 남길지 주목된다.

올해 하나은행은 최근 인사에서 타이베이 지점 개설준비위원장직을 신설하는 등 대만에도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이다.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초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며 현지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2016년 이후 4년 만에 외국계 은행에 은행업을 개방했지만, 하나은행이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이는 경쟁사인 신한은행이 2016년 2차 개방 때 진출한 데 이어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4월 초 예비인가를 받으며 미얀마에 진출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하나은행으로서는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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